동명의 영화로 알려진 『패터슨』의 첫 완역본이 출간됐다. 황유원 시인이 번역을 맡은 만큼 기대가 컸다. 시를 읽는 습관이랄지...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독자로서 『패터슨』을 읽는 건 노동에 가까웠다. 난해하고 어려운 데다 힘에 부쳤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퍼세이익 폭포 물줄기에 속절없이 끌려가듯 끝까지 읽었다. 아무리 장시라도 어떻게 다섯 권 분량이나 썼을까 싶었는데 시 여기저기에 갖가지 인용문이 삽입되어 있었다. 편지, 패터슨의 역사를 다룬 기록 등에서 발췌한 인용문은 양이 상당한데 초반엔 꽤 방해됐다. 시 읽다가 빽빽하고 자잘한 글 읽으려니 자꾸만 몰입이 깨졌다. 인용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읽어갈수록 인용문이 설명을 위한 각주가 아니라 시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 후론 흐름 끊기는 일 없었다. 시 전반에서 폭포와 강이 언급되다 보니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계속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가로로 글자를 읽음에도 세로로 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시의 글자 배치가 떨어지는 물줄기처럼 생기기도 했고.장시를 읽는 건 처음이라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긴 했으나 저자가 찬양하는 지역성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가 주목하는 지역성이 내겐 일상에 가까워서일까. 물론 국가와 세대가 다르니 묘사하는 풍경엔 차이가 있지만 지역 거주민이라 큰 감흥이 없었다. 색다른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은 영화 <패터슨>이 채워줬다. 원작 시집에 충실한 영상화라기보단 『패터슨』에 영감을 받았다는 정도였지만 패터슨의 모습을 그리는데 도움이 됐다.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개별 작품으로 보는 게 영화와 시 모두 즐길 수 있는 방법일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