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제목에 끌렸다. 여자들이 단순 퇴사가 아니라 직업을 때려치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 다루는 직업을 보고 몇 가지 이유가 즉각 떠올랐다. 간호사 ‘태움’ 문제라든지 교사가 시달리는 악성 민원이라든지... 하지만 이는 특정 직업의 문제로만 보였다. 여초 직업이라는 공통점으로 한 권의 책에서 동시에 다루기에는 개별적인 사례 같았다. “여초 직업 서사의 기원과 진실을 사회구조 차원에서 집요하게 밝”혔다기에 의문 반 기대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가 여초 직업이 된 기원부터 실태까지 파헤친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말로 딸에게 강요된 직업은 안정적인 취업을 표방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해본 딸의 입장은 달랐다. 교육과 의료, 안전 등 공공이익을 수행하는 전문직임에도 많은 이에게 서비스직처럼 여겨진다. 실상은 “육아나 살림 같은 가사노동을 여성의 기본값으로 놓고 이와 병행 가능한 직업으로서 해당 직업들을 선전하거나, 직장에서 결정권자인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로“(266p) 제한된 직업인 것이다.책은 ‘직때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두 저자가 글을 전개하면서 인터뷰이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렇기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째서 개인의 퇴사 이유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잘 와닿는다. 멀리서 바라보자 특정 직업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여자에게 당연시되는 돌봄노동, 돈 받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소비자 마인드 등... 그동안 가시화 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취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다.아쉬운 건 서술 방식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필요한 부분만 인터뷰이의 말을 인용하는 줄글과 Q&A 형식을 오가는데 통일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Q&A 형식으로 인터뷰 내용을 온전히 담은 후 저자의 해석을 곁들인 글이 이어지는 전개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한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이 4개의 직업군을 명시한 것에 비해서 승무원과 방송작가는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출발점으로 다양한 직때녀를 만나볼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