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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평점 :
품절
SF 소설가, 영화 평론가 등 다방면으로 유명한 듀나의 초기 단편집이 출간됐다. 데뷔 30주년 기념 ‘하이텔 버전 특별판’인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는 초기 단편 21편과 작품 각각에 대한 작가 코멘트가 담긴 만큼 두툼한 세미 벽돌책이다. 꽤 두껍지만 단편집인 만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사실 SF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지금까지 듀나의 글을 읽은 적 없었다. 듀나의 존재를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2020) 홍보 게시물로 알았으니 완전 듀나 뉴비인 셈. 그래서 의도치 않게 듀나의 탄생부터 시간 순서대로 읽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듀나’ 이름으로 처음 발표한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시작으로 1994년부터 2009년까지의 글이 수록됐는데 최근 출간되는 SF와는 사뭇 다르다. 외계 정치물, 괴수물, 극한의 사고 실험 등 이제는 익숙한 SF 소재를 사용하는데 서술 방식이 몹시 하드보일드하다. 필립 K 딕 소설이 연상되는 간결한 문체 덕분에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또 ‘외계인’스러운 외계인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오랜만에 본 듯하다.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은 작가가 설정한 문법에 따라 언어를 쓰고 문명을 구축한다. 주된 내용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최신 SF랑은 확실히 다르다. 머리로 읽으면서 소재 구경하는 재미가 있음. 단편집이라 더 그렇겠지만.
수록작 중에 최애는 「그레타 복음」과 「술래잡기」. 전자는 당장 실현 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라 놀랐다. 컴퓨터로 철학을 한다니 배반적인 이야기지만 AI로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이니까(오만 걸 다 해서 문제지만). 94년에 쓴 소설이 지금의 현실이라니. 이 사실이 가장 SF처럼 느껴진다. 후자는 분위기가 스팀 게임 <리틀 나이트메어> 생각나서 취향저격이었음. 초기 단편집이라 입문용으로 강력 추천(실제로 본인이 입문함)‼️ 이제 듀나 도장깨기 가볼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