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는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 초단편소설집이다. 10 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임에도 다양한 종족, 상황, 주제, 설정들이 쏟아진다. 초단편소설은 제한된 분량 안에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게 관건이기에 공격적인 내용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부드럽고 서정적이었다. 1년 동안 연재한 소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한 덕분인지 작가가 시간 흐름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느낌도 받았다.늘 그렇듯 표지에 끌려서 서평 신청한 건데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일러스트가 잘 어울렸다. 부드러운 색감의 몽환적인 일러스트처럼 수록작들도 뾰족하기보단 생각을 확장 해주는 방향. 공감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청소년 세대(「그땐 평화가 행성들을 인도하고」), 갑자기 용이 되어버린 친구(「이무기 시절도 한때」), 폭주하는 기계의 옛 지배자들을 찾아 떠난 동료(「구세주에게」). 느슨한 이야기는 독자 취향에 따라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겠지만 내 취향에 맞진 않았다. 나는 분량이 짧을수록 좁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마지막 글과 작가의 말은 구구절절한 게 웃겨서 이 책의 개성으로 꼽고 싶다. 이 정도는 해야 오타쿠구나...를 느낄 수 있었음ㅋㅋㅋ초단편소설집이라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친절하지 않은 전개와 소재들 때문에 자꾸만 막혀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옛날 소설책에 쓰였을 법한 궁서체 폰트라 더욱 그랬음. 그만큼 초단편으로 끝내기엔 크고 넓은 세계가 가득 담긴 책이다. 언젠가 확장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