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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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5기 #서평단]
85p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바로 시나 소설 속 문장 하나하나가 사랑하는 이의 손길처럼 내 지친 등짝을 두드려주는 순간이니까. 우리는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열정의 극한까지, 사랑의 극한까지, 아픔의 극한까지 걸어가 볼 권리가 있다. 그 모든 감정의 극한을 문학 속에서 올올이 경험한다면 우리는 실제 삶에서 더 아름다운 사랑을, 더 눈부신 열정을, 더 뜨거운 고통을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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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정여울 작가에게 힘이 되어준 문학을 소개하고, 재구성하고, 꼼꼼하게 사랑하는 산문집이다.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부터 이소라의 노래까지 각 문학 작품에 얽힌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이국의 사진과 코멘트는 산문집을 읽고, 보고, 느끼게까지 해준다. 스토리를 가진 문학이 웹툰이나 게임 등 2차 콘텐츠의 재료로 주목받으면서 문학 자체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정여울 작가 곁의 문학은 당당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용한 대목처럼 우리는 문학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견딜 힘을 얻는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등장인물에게 공감하면서 위로받고 해결책을 얻기도 하니까. 삶이 팍팍하고 지친다고 느낄 때가 바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책에 수록된 작품 중 『바리데기』는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되어 오히려 기억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전래동화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스무 살 넘어서까지 정말... 바리데기의 ㅂ조차 듣지 못했다는 게 충격적이라서... 바리데기는 고통받는 존재를 품고 저승까지 안내하는 일을 자처한 샤먼이라고 한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옛날엔 무당을 오컬트 장르로만 소비했다면 요즘은 좀 더 본질적인...? 넓은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고통받는 존재를 품는 행위에 대해서. 그러기 위해 스스로의 자아를 내세우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타자와 공명하는 것에 대해서.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완독하고 나자 바리데기가 내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나의 고통을 나누고 들어줄 문학이 필요하다는걸.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늘 곁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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