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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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p
주류의 목소리만 들리다 보니 소수자의 모습은 자극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유통된다. 소수자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인데, 특정 행동만 부각되어 캐릭터처럼 소비된다. 그런 모습이 곧 소수자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튀어나온 못이 된 소수자를 비난하기 쉽지만, 왜곡된 이미지를 유통하는 사회 시스템을 지적해야 한다. ‘자연스러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괴담과 공포썰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뜻하지 않게 무당을 자주 접한다. 사람들의 썰 속에서 형성된 무당의 이미지는 마법사에 가깝다. 갑자기 나타나선 모든 걸 이미 알고 있고, 늘 사람들에게 호통치며 왠지 늘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 청바지를 입고 카페에서 점사를 보는 홍칼리는 세상이 정해놓은 이미지와 맞지 않는 무당이다. 그가 만난 6명의 무당도 마찬가지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홍칼리의 인터뷰집은 6명의 무당을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가 기록되어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무당 역시 직업이라는 점이다. ‘무당이라는 직업 옷’이란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것처럼 직업은 한 사람을 대표할 수 없다. 하지만 무당의 경우엔 직업이란 인식 자체가 희미할뿐더러 개인과 분리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늘 기도하고 애써야 하는 직업인 건 맞지만 그들에게도 삶이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말이다.
무당과 무당이 만나 무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지만 늘 만물에 대한 기도와 사랑과 바람으로 마무리된다. 무당은 남이 잘되길 빌어주는 직업인데, 이때 ‘남’은 점사를 본 손님과 살처분 당한 동물과 참사 희생자를 포함해 환경으로까지 뻗어나간다. 만물을 빌어주는 행위는 결국 ‘나’가 잘되길 비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무당은 단순히 퇴마를 하는 직업이 아니라 소외당한 목소리를 들어주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빌고 바라는 존재다. 책 표지에 적힌 대로 ‘함께 우는 존재’인 것이다.

알록달록하고 쪽수 디자인까지 귀여운 책이라 무당이라는 직업이 왠지 무섭고 꺼려지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 약 200p라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솔깃하다면 꼬옥... 읽어주면 되...

+) 개인적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라 서평단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감사한...(눈물 한 바가지) 『신령님이 보고 계셔』에 애착을 큰 편이라 이번 책도 감사하게 읽었다. 이토록 어지러운 세상에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살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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