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닭털같은 나날.

제목만 두고 보면 현실 비판적이고 풍자적일 것 같은 소설이다. 일단 닭이라 하면 소시민을 떠올리고

노동을 떠올리게 된다. 닭도 아닌, 닭털같은 나날. 푸드듯 거리며 금새 날라가는 닭털같은 나날을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그날밤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한 무더기의 닭털을 덮고

밑에서 많은 사람들이 떨어트린 껍질을 깔았다. 그 느낌이 너무나 부드럽고 안락해 일 년이 하루 같았다.

또 꿈에서 시커먼 군중들이 일제히 앞으로 쏟아져 나았다. 그들은 또 비를 기원하는 개미떼로 바뀌었다.”

 

작가는 이 문장에 대해 일체 말이 없다. 문장만 그대로보면, 닭털은 나쁜 의미가 아닌, 주인공 린의 안락을

주는 안식처와 같은 느낌이다.

 

처음 소설의 서두는 냉장고에 넣지못한 두부로 시작이 된다. 한 가정을 통해 중국 소시민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데 전혀 꾸밈없이 사실적이고 솔직한 모든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리얼리스트라는 말이 실감난다.

다른 사람들처럼 매일 두부를 사고, 밥먹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돌본다. 큰 뜻도 큰 꿈도 없다.

냉장고에 넣지 못해 상해버린 두부를 가지고 부부는 다툰다. 아내의 직장을 구하기위해 초등학교 동창인

장 부국장에서 부탁을 하려다 오히려 일이 꼬이기도 한다. 코카콜라 상자까지 사들고 가지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유아원에 다니는 아이는 설날에 선생님께 선물을 보내드리지못해 후유증이 생기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선생님에게 아내는 경제적인 이유로 대접하기를 꺼려한다.

평범한 소시민처럼 이들은 먹을 거리와 일자리로 고민을 하며 생활한다. 대학동창인 작은 이태백을 만나

오리장사를 하고 자신이 벌은 돈에 흡족해하는 그. 가정을 위해 회사의 진급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린.

그는 열심히 화장실을 청소하고 끓인 물을 가져오고 상사들을 존경한다.

 

웃고싶어도 웃을 수 없는 이 현실을 작가는 차분한 문장을 통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모순된 사회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 닭털처럼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상이 전개되고 있다.

툭툭 내뱉는 주인공의 말투에서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엿보기도 한다.

 

1942년을 돌아보다도 인상적인 단편이었는데, 실제사건을 다뤄 마치 르포 형식으로 쓴 작품이었다.

가문과 기근으로 3백만명이 굶어죽은 1942년.

정부는 외국 기자에게는 호화로운 음식을 대접하고 그의 고향에서는 먹는 것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기아난민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했다니 얼마나 비참한 삶일까. 굶어죽은 자가 3백만명이었다.

그 시기를 돌아보면 우리도 식민지로 고통을 껶을때인데, 사실 이러한 부조리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구호자금은 아주 느리게 허난성으로 보내졌고 국가는 지폐를 바꿀 때 오히려 엄청난

수수료를 받았다.

 

작가는 철저히 소시민편에서 표현하는 리얼리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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