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날 속에서 벌어지는 소란스러움

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니 작가의 책을 읽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 처음 접하고 굉장히 감성적인 작가라고 생각했다.

일본여성작가를 떠올리면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떠오르는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는

신경숙 작가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에쿠니 작가가 보다 간결한 문체와 덤덤함, 솔직한 내면고백과 간간히 독자들을

놀래키는 사건들을 흥미롭게 배치한다고 생각한다.

 

소란한 보통날은 제목부터가 의아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어떤 하루의 특별한 사건을 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한 가족을 통해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그 가족의

한 일원이 되어 그들의 가정생활을 공유하게 된다.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평범하지않은

특별하고, 난해한 문제들과 소란스러운, 부산스럽기도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우리모두의 가족이야기이고 또 가족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타인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나다”

 

작가는 미야자카가의 가족들을 통해 소설적 재미를 이끌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소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무수히 많이 다룰 소재이지만, 가장 평범하면서도 또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에쿠니 가오니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았다. 그들의 소소한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가족 구성원은 총 6명이다. 누군가가 혼자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한명 한명이, 특별한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조용하고 과묵하지만 다정한 아빠, 여성적인 감수성을 소유한 엄마, 소요 언니는 맏딸로 시집을 갔지만 아기를 임신하고

이혼하여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된다. 둘째딸 시마코는 자살 경험도 있고 감정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가족들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오는 소동을 벌이는데, 거기다 대상자가 여자여서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각자의 결정에 반대하기보다는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말이없지만 별난 구석이 있는 막내 남동생 리쓰. 그리고 주인공,

고토코. 소설의 공간은 이들의 집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소설의 이야기 또한 이들이 함께 모였을 때 이루어진다.

언니의 이혼과 임신, 둘째 언니에 대한 가족의 걱정, 막내 동생의 정학, 햄스터의 죽음, 규칙적인 아침식사메뉴와 가족의 모임들.

엄마 생일에 외식을 하고 월급을 타면 둘째 언니는 가족의 선물을 모두 사오고, 생일 맞은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도 찍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는 등 일정한 규칙 속에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며 살아간다.

서로의 마음을 다 드러내지도 않고 서로의 감정이 크게 부딪치지않고 특별한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4월의 화창한 날, 사진관을 향하는 가족. 이들에게는 소란하면서도 보통의 일상들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