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르코의 마법 물감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1
벨라 발라즈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지안 그림 / 사계절 / 2011년 3월
평점 :
세상엔 상상만해도 행복해지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땐 그런 상상을 참 많이 했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보냈겠지만, 둥그런 뭉실뭉실 구름 위에 올라 앉았으면, 내게 날개가 있었으면, 달 위에
올라앉아봤으면, 과자로 만든 예쁜 집에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들.
<페르코의 마법물감>을 읽으며 상상으로 가득했던 어릴 때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페르코의 마법물감>은 행복한 책이다. 참하늘빛 물감을 가지게 된 소년 페르코의 이야기인데
그림물감으로 하늘을 그리자 해도 뜨고 달도 뜨고 바람도 지나가고 비가 내리기도 한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세상으로 헝가리 벨라 발라즈 작가는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집이 가난해서 마음껏 물감을 살 수 없었던 페르코. 이런 페르코에게 어느날,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부잣집 친구 칼리에게 빌린 파란색 물감을 잃어버리게 된 페르코는 우연히
들판에 피어있는 푸른꽃, 참하늘빛 꽃을 발견하게 된다. 페르코는 푸른 꽃잎에서 푸른 즙을 짜 물감을 만들게
되는데, 참하늘빛 물감으로 칠한 그림에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
하늘에 해가져서 깜깜해지자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큰곰자리도 보이고 진짜 달도 보인다.
이런 물감이라면 정말 누구나 갖고 싶을 것이다. 참하늘빛 물감으로 그린 그림 한 장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집에 있을 때, 걸어다니면서, 그리고 침대에 누워 그림을 보며 마음껏
하늘을 바라보고 그림 속 하늘에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하늘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 책을 읽어내려갔다.
참하늘빛 물감과 그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 하나하나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어 좋았다.
페르코의 친구 칼리가 장난으로 노박 선생님의 모자안쪽에 참하늘빛을 칠하게 된다.
노박 선생님의 신사모자에서 쨍쨍 해가 햇빛을 강하게 비추자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고 천둥번개도
치는 일은 정말 유쾌했다. 그리고 궤짝 속에 숨어있던 페르코를 사람들이 물웅덩이로 착각해서
지나치게 되는 일들도 아이디어가 얼마나 좋은지 정말 신기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 발상들이 책을
더 매력있게 만들어주었다.
또 하늘을 그린 궤짝 뚜껑을 뗏목으로 삼아 물에 둥등 떠 강에서 유유히 떠내려가는 페르코. 작은 하늘위에
올라선 그를 보며 사람들은 성자라고 착각하며 페르코를 반기게 된다. 멋진 대접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맘껏
먹으며 페르코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게 된다.
그린대로 살아숨쉬게 되는 마법물감을 가지게 된 페르코의 모험. 아름다우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유쾌하면
서도 마음을 조용히 따듯하게 만드는 동화였다.
속이 비치는 것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색채감이 더해진 일러스트도 책을 보는 내내 맑은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흐린 하늘이 거치면 선명하고 맑은, 시원한 색채를 가진 파아란 하늘을 보게 되는데
마치 그 하늘을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 아름다운 동화였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상상, 마법물감에 관련한 이야기와 한단계 더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페르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창작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