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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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밤에 야행관람차를 탄다. 관람차는 순차적으로 풍차가 돌아가듯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을 한다.

높은 곳에 있을 때 사람들은 산과 바다 모두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낮은 곳에 있을 때는 정상에 있을 때의 기쁨은 만끽하지 못하겠지만

땅과 가까움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둠. Black&White 시리즈의 27번째 작품 야행관람차.

고백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이다.

 

다시 야행관람차 얘기를 하자면, 살해자인 어머니에게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소년은 도망을 가는데 그가 찾아간 곳은 바닷가 주변이었고 그곳 공터에서는

거대한 관람차가 세워질 계획이었다.

소년은 말한다. 어두운 곳에서 묘하게 마음의 푸근함을 느낀다고.

어둠과 하나될 때는 애쓸 필요가 없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빛에 있는 것보다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빛과 어둠,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그 속내를 작가는 다양한 시각 속에서 조금씩 벗겨내고 있다.

마치 야행관람차가 돌아가면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듯 작가는 독특한 구성속으로 독자들을 끌여들여

빠져나올 수 없게끔 만든다.

 

오래 살아온 동네이긴 하다만 한 바퀴 휘 돌아 내려가보면 똑같은 경치라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겠니? -332page

 

책을 펼칠 때부터 끝장을 덮을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의 불편함마저 느끼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는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조금의 희망을 독자들에게 보게 만든다.

 

고급주택가 히바리가오카 동네. 명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능력있는 의사. 엘리트 집안.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가정을 갖고 있을 것 같은 마을.

높은 언덕에 위치한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언덕길 병. 발밑이 기운 느낌. 자신이 기우뚱하게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사소한 계기로 굴러떨어지고 말게 되는 병.

남편의 전처 아이와 경쟁심을 느끼고 있던 신지의 어머니는 남편이 자신의 아이에게

기대를 갖지 않다는 것에서 패배감을 느끼고 남편을 죽이며 언덕에서 떨어진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살인을 한 엄마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철저한 의도라고

느껴진다.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진위여부는 전혀 알 수 없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야카. 명문사립학교의 입학시험에 떨어진  소녀.

자신이 꿈꾸던 단독주택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마유미는 그런 딸과 늘 말다툼 속에서

살아가다 자신의 딸의 목을 조르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놓이게 된다.

 

어느날 다카하시 가족에게 일어난 살인사건. 늘 싸우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엔도가족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가정으로 보였던 다카하시 가족이었다.

작가는 엔도 가족, 다카하시 가족, 고지마 사토코 여성의 시점으로 번갈아 스토리를 풀어가며     

이 사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게 만든다.

마치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나생문처럼..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들며 오히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진정한 행복, 가족의 시대상,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 어둠의 속면을 가진 인간의 본성..

우리는 모두 사토코처럼 자신의 마을을 지키려 애쓰며 타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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