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충분히 흥미로운 소설이었다.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여성 소설가가, 역시 같은 해에 태어난 남성 주인공을 내세워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반한 채 연대기적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라니...! 게다가 태어나는 순간에서부터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균등한 비율로 써내려간 소설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어렵지도 않게 써내려간 필력은 확실히 작가의 입증된 실력에서 나온 것이다. 얼핏얼핏 드러나는 시대적인 배경들과 사건들 속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간 이웃 나라 친구의 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정겨웠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나, 특정한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30대 중반에 이르는 한 사람의 보다 사실적인 인생 기록이라 해도 좋겠다.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가장 대비가 도는 인물은 주인공의 누나인데, 외모도 이상하고, 가족들과도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한 동안은 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다가 이상한 신흥 종교에 빠져들기도 하고 결국 일본 밖 세상을 전전하다 돌아오는 누나는 괜찮은 외모에, 괜찮은 인간 관계와 괜찮은 성적, 괜찮은 운동 실력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는 주인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하지만 결국 이 소설에서 삶의 해답을 얻는 것은 그런 이상한 누나이다.주인공은 그렇게 그저 괜찮게 살아온 덕분에,특히 어떤 시도나 노력이나 고통이나 그런 것 없이 그저 주어진 것들로 그냥 괜찮은 정도의 방패를 삼은 채 살아온 탓에 관계의 진실에도, 진실한 자기 자신에게도 이르지 못했다.

  결국 소설의 핵심이란, 삶의 진실은 그저 그렇게 괜찮은 듯 살아서는 이를 수 없다는 것,자기만의 삶의 진실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내게는 삼십대 중반에 이른 주인공이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고부터 초조해 하며 의기소침해지는 부분의 묘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건 뭐랄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찌질한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며 또 그렇게 자기에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무게도 감당할 수 없는 주인공의 나약함과, 그가 맺었던 관계의 가벼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같은 세대의 일본 친구의 진정한 성장기를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그런 누나가 있었고, 삼십대에 머리가 빠지는 등의 위기를 겪음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삶에 찾아오는 위기란 때로 선물 같은 것이다. 위기가 왔을 때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음 위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탓에 더욱 나이들어 맞는 위기를 견디어 성장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도 잘 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소설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다만, 작가가 여성이라 그런지 남성 주인공이 화자인데도 다분히 여성적으로 느껴지는 서술이나 묘사가 많았다는 점은 남성 독자로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물론 뒷부분에 주인공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고 는 있지만.) 그리고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교정을 제대로 보지 않았는지 '눈'이 '문'으로 되어 있다든가 '스구'가 '쓰구'로 되어 있는 등 오자가 몇 군데 눈에 띄었다. 재판을 낼 적에는 교정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칭찬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재밌게 읽히면서도 삶의 진실에 대해 가닿으려는 노력이 따뜻하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친구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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