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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 - 한 권으로 끝내는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사의 결정판
애덤 J. 미드 지음, 이혜경.방영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평점 :
최근에 만나본 책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하드커버 책들이 대략 500~700 페이지 정도가 되면 '두꺼운데?' 싶은데 1,000 페이지가 넘는 책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자의 크기는 꽤 가독성이 좋은 크기로 되어있어서 책장을 어느 정도 속도감있게 넘길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역사를 그야말로 '관통' 하고 있다. 여타 다른 버핏의 책이나 버크셔의 투자 전략을 다룬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인간 버핏은 살짝 옆으로 배치해두고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법인에게 주인공을 맡긴다. 그 결과 버핏의 신적인 투자 능력과 인격적인 면모 등과 버크셔의 경영 성과가 조금 섞여있는 면이 늘 버핏이나 버크셔 관련한 책을 읽은 후에 남는 경험, 감정이 대부분인 것에 비해서 본 도서는 확실하게 버크셔라는 회사가 어떤 실적을 어떤 식으로 내어왔는지에 따른 역사적인 관찰을 담담히 기술해주고 있다.
다른 버크셔를 다룬 책들과 도드라지게 차이가 나는 특징 중 하나는 버크셔의 사업을 명확하게 보험/비보험으로 구분하여 기술해주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세세하게 정량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버크셔의 환상적인 운영 결과를 해석하는 생각을 매우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섬유 회사에서 몇가지 산업이 섞여있는 복합기업, 거기에서 잘 운영된 보험회사로 변신했다가 보험 사업의 크기를 한참 키우더니 나중에는 또 다시 복합기업이 되어가는 버크셔의 모습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가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경영 철학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별히 버크셔 사업모델의 척추와도 같은 보험업의 합산비율을 관리해나가면서 매출 역시나 급신장시키는 부분은 버핏 본인 역시나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하지만 초기 보험 사업의 수장들 및 추후 영입하게 되는 아지트 자인의 놀라운 경영 능력에 기인하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상당히 이질적인 사업들을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자율성을 부여하여 각각의 사업 단위가 최상의 결과에 가까운 실적을 꾸준히 낼 수 있게 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 재벌 집단에서도 효율적 자본 배치와 자율적인 경영을 통해서 유사한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책이 워낙 두꺼워서 1독으로는 작가의 집필 의도를 모두 다 깨닫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인간 버핏에서 살짝 벗어나서 - 물론 버크셔의 진화 자체에서 버핏을 배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 버크셔라는 하나의 '회사' 의 변신, 발전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투자, 사업, 경영에 있어서 매우 귀중한 교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