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사를 다시 말한다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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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본문에서 나온바와 같이, 이 땅에서 민중사의 시작은 저항운동과 함께였다.

80년대를 살아갔던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통해 부조리에 저항했던 것이

민중사연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력은 저항운동과 함께 금새 약해졌고, 서구에서의 새로운 방법론들과

신진연구자들의 민중사에 대한 고민들을 통해 다시금 변화하고자 한다.

죽어가던 민중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서의 저항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독재에 저항했던 세대는 급속히 중산층이 되었고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평범해졌다. 그리고 아들들 세대가 변화를 꿈꾸고 있다.

 

민중사도 그렇고, 저항운동도 마찬가지로 그 명명자체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존재한다.

 

합쳐서 얘기한다면 '저항'과 '혁명'이 주는 대서사구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민일 것이다.

 

반드시 혁명적이여만 하고, 반드시 폭력이 뒤따라오고, 착취자와 피착취자간의 맹렬한 '투쟁'이 주는

강렬하고도 어찌보면 거북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착취자-피착취자간 이분법적 구도를 버리고 좀 더 생활밀착형인, 좀 더 문화적이고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변하고자 하고 있다.

 

기존의 '민중'이 갖고있는 의미를 지켜야만 한다는 연구자들에게 있어 이런 변화는 '민중'을 소재로만 치부해버린다는 '가벼움'으로 느껴질 것이고, 한편에서는 '다양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기존의 민중사가 연구된 배경과, 변화가 필요하게 되는 순간들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고, 이후에는 변화된 민중사를 위한 도입으로써의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민중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은 다양한 시대를 거쳐 연구되고 있고,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초입단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에 대해 굳이 소설식으로 말하자면 "열린결말"쯤으로 말해두고 싶다.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야심차게 깃발을 세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의 역사가, 그리고 역사연구가 세대에 맞추어 발바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이 책을 들고 싶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에 실린 다양한 연구들이 대체로 '민중'에 대한 용어와 용례에 대한 연구에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이다.

 

전반부에서의 문제의식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시작한 연구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방법론으로 후반부를 채웠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실제 '민중이 누구인가'는 단어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민중'을 어떠한 존재로 규정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연구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소수자나 하층민을 포괄해 그 시대의 인간상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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