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4~2016.1.9
모두가 평등한 세상의 가능성.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솔직히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서 여성의 권리만을 외치는, 여성 우월주의적 집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페미니스트는 여성만을 위해서가 아닌, 성별을 초월한 모든 인간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여성은 사회의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위해 힘쓸뿐, 남성의 권리를 빼앗아 여성에게 몰아주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소해보이는 문제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강간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그저 웃고 넘기지 말라고 전한다. 그것들은 내리막길에 놓인 도미노처럼 하나가 넘어가면 그 다음 것도 순차적으로 넘어간다. 사소한 문제를 용인하게 되는 순간 결국 심각한 문제까지 발생하기 쉽다.
나를 가르치려 드는 남자에게 나의 발언권,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수두룩하다.(특히나, 현재까지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남자인 아빠와의 대화에서 대부분 그랬다)그들이 의식적으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를 의심했고 심지어 내가 옳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도 사과한 적이 없다. 그때도 물론 기분이 불쾌했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니 내가 왜 화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
그런 남자들이 나를 의심해도 나는 나를 의심하지 말아야겠다. 내가 나를 의심하면 나는 더 작아지고 내 스스로 나의 권리를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가르침과 침묵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이제 나는 자신있게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 책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을 더 읽고 그 내용을 계속해서 곱씹어 나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행동까지 변화시켜 좁게는 나의 세상부터 바꾸어 나가고 싶다. 나하나 변한다 해서 모두가 달라질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고 싶지는 않다. 이 땅에 살아갈 후손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당장 내가 살아갈 세상인데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않고 이대로 멈춰있을 순 없다.
p.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p.60
여성해방운동은 남성의 힘과 권리를 침해하거나 빼앗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처럼 묘사되곤 했다. 마치 한번에 한 성만 자유와 힘을 누릴 수 있는 암울한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함께 자유인이 되거나 함께 노예가 될 수 있을 뿐이다.
p.98
평등결혼은 위협이다. 불평등에 대한 위협이다. 평등결혼은 평등을 소중히 여기고 평등으로 혜택을 입는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p.107
그는 그녀를 시트처럼, 수의처럼, 장막처럼 덮었다. 그녀는 따로 존재가 없었다.
p.185
나는 피해자와 생존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마다 폭력을 저지른 자에게도 공감해보라는 주문을 받는 것이 이제 진저리가 난다.
+)이 책은 작가가 쓴 여러 에세이 중 같은 주제를 논한 것들을 묶어놓은 책이다보니 뜬금없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또한 영어로 된 글을 번역한 책이다보니 읽기 힘들었다. 평소 번역투가 싫어서 번역서는 읽어 버릇하지 않아서 더 그랬다. 몇 번이고 다시 읽은 문장이 많았고 다시 읽은 뒤에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도 있었다. 아직 번역서를 읽을 내공이 아닌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