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7~2016.1.3
정말 잔인한 소설. 너무 잔인해 중간에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다.
특히 인간이 개를 학대하는 장면이 읽기 힘들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내 무릎 위 또는 옆에서 잠들어 있는 여름이를 대입하게 됐다.
개들이 불쌍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은 후 무엇보다 또렷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존귀함이다.
인간과 동물. 어떤것의 가치가 더 높고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 모두 살고싶어하는 생명일 뿐이다. 전염병이 돌자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마저 전염병 소굴로 던져버리는 잔인함. 작가는 인간을 제대로 꿰뚫어 보았다. 자신의 생명을,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수단화하는 잔인함.
하지만 그건 개도 마찬가지다. 개도 무엇보다도 살고 싶어한다. 개의 살아남고자 하는 욕구는 `링고`를 통해서 표현된다. 링고가 사람인 양 묘사된 링고의 생각과 내면은 독자로 하여금 링고도 너와 같은 생명인데 어떻게 이 생명을 가볍게 여길수 있겠냐고 자문하도록 한다. 실제로 읽는동안 링고가 그저 개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이 일순위인 인간이지만 지옥같은 상황에서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일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소설 속 구원자는 재형이다.
그는 과거 아이디타로드에서 겪은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로 인해 화양으로 돌아와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간다.
수의사로서 수많은 동물의 삶을 구하는 구원자, 뿐만 아니라 기준의 목숨을 살리고 윤주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아주는 구원자.
속죄해야할 대상인 개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까지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만약 내가 사는 곳에 빨간눈괴질이 번지면 나도 우리 여름이를 조용히 내다 버릴까? 절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적어도 나의 반려견에게만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에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기르는 강아지가 아닌 다른 동물의 생명도 나의 생명과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인간인지라 나의 생명이 최우선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아닌, 인간이 아닌 생명을 깔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에게서 소설 속 인물들의 잔인함을 보게 될까 봐 두렵다.

p.342
˝살아나갈 비결을 알려줄까. 단순하지만 틀림없는 비결인데. (중략) 결론부터 알려주면 살고싶어하면 돼. 물론 막연히 살고싶어해선 안되지. 친구이자 연인이고 가족이었던 개들을 늑대 먹이로 줘버리고라도 나는 살겠다고 몸부림쳐야 해. 사람은, 사람 목숨은 지상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궁극의 가치니까. 개 따위는 세상에 쌔고 널렸으니까. 안그래?˝

p.449
˝누구한테 당연한 일이 누구한텐 목표가 되기도 해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깨달은 건데, 나는 후자로 태어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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