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
최현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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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단계를 넘어가며 희미해지고 흐릿해지고 멍해지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지만 헛발질을 하거나 두 손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역설적으로 나이듦의 예찬론에서 그런 헛발질이나 허우적거림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또렷한 정신과 치열한 마음가짐과 흐트러짐없는 몸가짐을 가진 중장노년의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나도 그리될까 두려운 마음에, 서글픈 마음에, 절박한 마음에 동동거리고 허우적거리다가 이 책에 손이 닿았다.


또박또박 쓰인 책 제목과 또박또박 쓰인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문단 하나 글 하나

이 책 하나가

온정신을 또렷하게 만들고, 마음을 곧추어세우고, 몸을 정돈하게 한다.

그것은 저자가 또박거려서가 아니라 제 걸음을 뚜벅 내딛는 덕분이다.


나로서 나를 오롯이 마주보는 장년의 시간 속에서

외로움과 빈곤을 똑바로 마주할 힘

나의 욕망을 오롯이 드러냄이 허락되는 장년의 시간 속에서 

나의 욕망과 함께 타인의 고통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을 힘

나의 성취를 되돌아보고 다져져나갈 여유를 가질 장년의 시간 속에서 

나의 성취가 이 사회 안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 구체적이고 치열하게 사유할 힘 


그리고

나의 독자성과 나의 욕망과 나의 성취가

당신의 독자성과 당신의 욕망과 당신의 성취를 초과한다는 오만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책이.


외롭고 빈곤하지만

나를 나로서 마주보게 한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나의 욕망에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과대평가되더라도

그저 나의 성취를 반성하고 꿋꿋이 계속하게 한다.


나의 나이듦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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