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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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가지 분류.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논픽션.

옥중수고.

병역거부.

 

문화인류학이라는 키워드 덕분에 나는 책을 발견했다.

스스로 선택한 징역살이 그리고 살이 속에서 쓰기가 없었다면 나올 없는 책이다. 특히 책의 화룡점정은 신영복 선생의 <사색> 대한 분석이다. 징역살이 체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분석이다.

책에 담긴 성찰은 병역거부라는 구체적 조건에서 출발하고 발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문화인류학에 관한, 또는 문화인류학에서 파생되는 글쓰기가 아니며,

징역살이 "동안" 기록한 것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나, 징역살이 "안에서" 글이 아니다. (원고작업을 언제부터 했는지는 없으나, 2011 출소한 7년만에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보낸 7년의 시간이 무척 궁금하다.)

당연히도 사회운동으로서 병역거부를 조명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남는 화두는 한국의 군대문제가 아니다. (병역거부가 책이나 한국사회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책이 남기는 화두는 자아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나와의 거리 두기이며, 이것은 문화인류학의 방법을 자신에게 되돌리는 것이다.(한국사회에서 남성성의 형성과 같은 사회적 주체화 과정은 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접할 있다) 그와 동시에 자신과 거리두기를 통해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나를 향해 조망하는 위치에 두지 않는다. 그리하여 영어의 몸이었던 과거의 그와 저자의 몸으로서 현재의 그는 동일한 실천적 정치의 평면에 위치한다. 이것이 저자의 "주체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징역살이 ""에서 글쓰기와 징역살이 ""에서 글쓰기는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로 구분되지 않는다. 징역살이 안에서 글쓰기는 스스로 정확히 지적하듯이 외부를 향하고 있었고, 징역살이 안의 글쓰기를 토대로 징역살이 밖에서 이루어진 글쓰기는 징역살이 안의 자신을 향한다.  그리하여 징역살이 안과 밖은 시공간적으로 균질적이지 않으나, 존재론적으로 균질적이다. 

 

책은 병역거부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주제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과 직면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책은 각자의 바탕에서 각자의 주제를 떠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광천 같은 인물이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옥에만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광천을 오버랩한 것은 나의 삐뚤어진 심성 때문인가.. 그런 인물과 좁은 감방에서 형님과 막내로 만나는 것은 일반화할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감방보다는 넓지만, 감방과 유사한 어떤 공간에서 같은 인물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괴로워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감방은 전업이라도 가능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을, 저자처럼 "권력"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좋다. 모두가 권력을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들 다수는 권력을 관계가 아니라 손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권력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권력이라는 언어를 부여하길 주저하는 우리들에게도 그가 살피는 주변과 주변 속에 위치하는 자의식에 대한 관찰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책을 읽은 책의 통찰과 문장력에 배가 고파서 " 같은 " 없나 싶어 이리저리 뒤졌지만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스스로 뛰어든 징역살이와 경험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살이" 속에서 거리두기와 주체화를 서툴지만 연습해 나가고 있다. 모두가 " 같은 " 필요는 없다. 책은 하나로 족하다. 우리 각자가 자기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주체화 하는 과정을 성찰하는 기회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어디서도 책을 페미니즘 관련 도서로 분류할 같지 않지만,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관련 출판 붐이 허깨비 같았던 것은 페미니즘 이론, 비평, 문화분석, 논쟁들 속에서 "주체화" 과정이 마땅히 받아야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영복 선생의 <사색> 대한 빼어난 분석은 말미에 마치 부록처럼 간신히 매달려 있는 하지만 책을 내밀하고 정치적인 사색의 기록에서, 정치학으로, 페미니즘으로 확장 시킨다. 단지 글에서 '젠더' 고려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본문을 읽은 후에 <사색>분석이 남기는 효과는 페미니즘 이론만큼이나 매우 강력하다. 그렇다고 <사색> 분석만 따로 읽기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징역살이를 겪어낸 몸을 통해서만 비출 있는 "신영복"처럼, 본문을 읽은 눈으로 읽혀야 하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본문 없이 <사색>분석은 신선한 분석일 수는 있으나 빼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망상'이지만

광천 버전의 옥중수기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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