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류 행동의 모든 것
브루스 후드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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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라는 것은 오랜시간 우리의 흥미를 불러내는 미지의 세계이다.

'인간의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1/50밖에 되지 않지만 총 필요 에너지의 1/5을 사용한다. 근육보다 질량당 8~10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3/4를 신경세포(뉴런)가 사용한다. 신생아의 뇌에서 뉴런은 1초에 4만건, 즉 하루에 30억건 이상이 연결된다. 이 뉴런의 총 길이는 15~18만km로 추정되며 이것은 지구둘레에 4배나 된다.'

이제서야 조금씩 열리고 있는 그 신비는

지금 밝혀진 것이라고 믿는 이론조차도 가설인 경우가 많아

얼마지않아 오류로 판명될 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미지의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탐험하고 알아가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을 우리에게 제공하며 글을 이끌어간다.

동물들은 뇌가 클수록 고등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몸집에 비해 7배나 큰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현생인류에 접어들면서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분명히 현대사회는 더 발전했고, 인간은 더 똑똑해졌음에도

뇌의 부피는 줄어든 것이다. 왜일까?

인간이 뇌의 부피를 줄인 이유는 사회성 때문이다. 인간이 모여 살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 사회성을 위해 자신을 길들이며 뇌를 줄여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길들인 30종의 동물들이 야생 조상에 비해 뇌의 부피가 10~15% 감소한 것으로도 증명될 수 있다.

'자신의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몸에 비해 뇌를 천천히 발달 시키는 유전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 기간도 길어졌고, 이 기간에 아이들의 기질을 조정하고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칠 메커니즘이 필요해졌다. 정착사회에서는 사람들과 더불어서 평화롭게 사는 이들이 번식에 성공했으며, 이들은 서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문화를 창조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즉 인간은 개인이 더 똑똑해 지는 대신,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집단에서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자녀에게 문화를 전달하는 쪽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실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1993년 잔인한 가족 살인범이 주장한 자신은 극단적 폭력기질을 가진 싸움꾼 유전자(warrior gene)를 타고 났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변호가 법정에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이 연구는 폭력성향을 가진 남성들이 많은 가계를 연구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시작되었는데, 이들의 유전자가 일반인과 다른점을 발견하고 '싸움꾼 유전자'란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판결과는 별개로 폭력행위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유럽혈통의 남성 1/3은 이 유전자를 가졌으나, 이 집단에서의 살인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한 이 유전자를 가진 뉴질랜드 남성의 조사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 사람들은 학대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에만 해당했다.

이 실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을 조절할 수 있다.

이 책은 분명히 흥미로울 요소들을 흥미로운 실례를 들면서 적어내려 가고 있다.

그러나 읽어가는 과정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 책이 읽기에 참 만만치 않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방대한 양의 이론과 지식을 책 한권에 담으려는 노력이 과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의 뇌의 크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여러 행동들을 분석하는 것은

분명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겠지만

저자가 눈높이를 낮춰 조금 더 친절히 설명했다면,

또한 번역자가 좀더 쉽고 익숙한 단어로 번역하였다면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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