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람을 만나다
김현실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베트남에서 수마트라를 거쳐 인도까지 하늘과 닿은 아름다운 자연과 투박하지만 순수한 현지인들을. . .잠시, 이 책 속에 빠져 여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오전 한두 시간은 맥까페 가성비 높은 아이스커피 한 잔, 오후엔 투썸에서 아이스 라떼 한 잔... 그리고 내 손엔 <여행, 사람을 만나다> - 2020년 여름휴가

코로나 핑계로 별다른 여행 계획도 없는 올 여름휴가 였지만, 푹푹 찌는 8월의 도심 속에서 까페 에어컨 바람을 시원한 계곡바람 삼아 아이스 아메 한 잔을 마시며 책장을 넘겼다.

이국적인 원색의 아름다운 자연, 소박하고 친근한 사람들의 일상과 풍경들이 담긴 멋진 사진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겹다.

책 속에 나를 보고 미소 짓던 보석 같은 문장들을 소개한다.

 

오래된 꽃병이 있는 거리_베트남

- 배낭의 절제...40리터 배낭에 시간을 나누어 넣는다...태생에 없는 용기와 배짱도 잘 포장해서 필요할 때 회심의 미소와 함께 비상금처럼 꺼내야 한다. 40p

- 쌀국수를 먹었다...그녀(가이드)는 라오까이가 자기네 동네라며 내 걸음에 맞춰 걸었다. 세 시간이 넘는 길을 같이 걸었다. 마을에 도착하여 고마움의 표시로 그녀와 쌀국수를 먹었다... 그때는 그녀의 서운함을 읽지 못했다 한 끼의 점심보다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울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놓쳤다...기념품 하나를 팔기 위해 세 시간 넘게 길동무를 해 준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46p

-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다... 눈가의 주름은 당연하다. 목이 나이 드는 것에 가끔은 마음이 상했는데, 어느 날 보니 발도 몰래 나이가 들어 있었다. 도둑놈 같은 세월이다. 50p

 

오늘 같은 날 _ 수마트라

- 여행의 설렘... 사진기라는 기계는 소풍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렌즈는 세상을 보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여행 내내 어깨에 메고 다니는 '배낭'의 설렘과 비슷하다. 67p

 

길에 서 있는 것도 아름답다 _ 우루무치에서 훈자까지

- 라카포시에 오르다... 베이스캠프에 오르는 길은 절대 만만치 않아서 최대한 천천히 걸어도 금세 숨을 헐떡이게 된다. 걷다가 햇빛 가릴 나무가 나타나면 그 핑계로 잠시 앉아서 숨을 쉰다. 해는 뜨겁고 나무 아래 8월의 공기는 기가 막히게 차갑다. 120p

 

당신도 가 본 여행 _ 스리랑카

- 누군가의 용서를 구하며... 가끔 나의 관대함을 과장하며, 겸손을 포장하여 나의 이익을 챙기며, 나의 욕심에 그럴듯한 이유를 끼워 넣는다. 그것이 가끔이기를. 150p

 

상상보다 아름다운 _ 이란

- 야이즈 골목 2... 흙담에 쓰여 있는 신비한 언어가 유쾌하게 말을 건다. 장난기 가득한 꼬마의 걸음걸이 같은 페르시아 글자들이 키득거린다. 218p

 

그 마음이 내 마음입니다 _ 티베트, 부탄

- 카일라스 아웃코라... 감히 오를 수 없는 산, 카일라스는 '티베트의 영혼'이다. 그 영혼의 산에 가까이 간다... 단지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도 온몸 던져 감사하는 사람들과 마음의 인사를 한다. 247p

- 해탈 고개, 내 죄를 버리고... 카일라스 코라 중간에 바람에 시달려 해진 타르쵸 아래 사람들의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고개가 있다. 쓰던 물건을 땅에 묻거나 태워 이생의 죄를 씻는 곳이다. 여행 출발 전 잘 챙겨 온 아버지와 엄마와 동생의 물건을 깜빡하고 다르첸 숙소의 큰 배낭에 두고 왔다....묻은 들, 내가 그들의 이생과 저생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의식(儀式)도 어차피 의식(意識)이다. 마음이면 됐다. 신성한 영이 가득한 그곳에 묻든, 그저 볕 좋은 선산에 묻든 잘 태워 바다로 보내든, 죽은 사람은 죽었고 산 사람은 산다. 마음이 잊어 두고 왔다면 그 이유도 마음 안에 있으리라. 굳이 그곳에 묻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뜻이려니. 250p

 

신의 땅에 사람이 산다 _ 미얀마, 인도

- 껄로 트레킹... 출발할 때 몸 안으로 새가 한 마리 들어왔다... 아침 아지랑이 사이고 꽃향기를 만나고, 파장 무렵의 사장을 지나고, 황토 먼지 날리는 흙길을 밟고, 길과 길을 잇는 사람들의 미소를 만난다. 297p

- 사원의 색... '파야'라고 불리는 탑이나 사원의 어원이 노예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개인의 복을 빌기 위해 만들어진 수백 개의 탑과 사원이 전쟁 노예들의 거친 색깔을 지니고 있었는가 보다. 그래서 그날의 색이 무채색이지만 따뜻했나 보다. 305p

- 숨고르기... 발끝만 보고 가다가, 잠시 거친 숨을 고르고 옆이나 뒤를 보면 거대한 것을 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과 관계없이 그 길은 감탄사로 부족할 때가 있다. 327p.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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