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 이준과 아브라함 카이퍼의 만남 - 우리가 몰랐던 두 사회 진화론자들의 만남과 회심
김정기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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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이준열사 집터라는 표지석을 보고는 사진을 찍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다. 그렇게 스쳐지났던 기억과 함께, 
이런저런 이유로 근현대사에 부쩍 관심도가 높아진 요즘 나에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카이퍼리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혁주의 신학에도 큰 영향력이 있는 카이퍼와 이준의 만남이라...

기대이상으로 이 책은 그냥 역사서도 아니고 신앙서적도 아닌, 추천사의 어느 목사님 말처럼 역사, 철학, 정치, 신학을 아우르며 1900년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정세까지 큰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덕에 다양한 각도에서 두 사람을 비롯한 당시 한일관계와 세계정세까지 분석하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나의 사고의 한계를 넘어 더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네덜란드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둘의 만남을 그려가기 시작한다. 실제의 만남이라기 보다는 둘의 삶의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가치와 사상의 만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헤이그 특사라는 타이틀 하나로 너무 우상화 되어있던 이준의 일대기를 평범한 한 사람으로, 어떨 땐 무책임한 모습으로, 
욕망을 쫓아가기도 하고, 지금으로 치면 채용비리에, 자칫하면 친일파에 이름이 올라갈 뻔 하기도 했지만, 수감이라는 한 사건과 기독교의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과 가치가 변화되는 과정을 반복적이면서도 면밀하게 풀어내고 있어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카이퍼 또한 항상 가난한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섰으며
신앙으로 반혁명당의 수장이 되고 1901년부터 1905년까지 내각총리가 되어 국정을 이끄는 등 큰 영향력을 끼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일합방에 소극적이며 옹호하며 지지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 나름의 이유를 만들긴 하지만 그의 정치철학과 신앙이 먼 타국까지는 적용되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카이퍼에게도 이준열사의 죽음을 통해 가치의 변화와 확장을 가져오며 얽혀있는 한일관계와 러시아와의 관계, 자국을 이익이 먼저였던 유럽 여러나라들의 관계까지 다시 정립해가며 한일합방의 부당함을 알리기 시작한다.

아픈 역사와 얽히고 얽힌 사상과 가치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오히려 보게 하고 이 땅을 바라보는 나의 이해의 폭 또한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어떠한 만남이었다는 것이, 그것이 은혜였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이어져 온 긴 역사 가운데, 떨어져 있는 동서양 가운데서도 어떻게 일하고 역사하셨는지 두 사람의 만남과 세밀한 변화를 통해 볼 수 있는 한 대목이었던 것 같다.

이준과 카이퍼, 주변인들과 사건등의 관계도까지 그려가며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특히 네덜란드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카이퍼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저자에게서 실랄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더욱 깊이있게 다가왔고 내용은 방대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얕은 지식으로 판단했던 역사의 뒷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준과 카이퍼, 근대사와 세계사, 개혁주의와 신칼뱅주의 등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꼭 보셨음 하고 추천해 본다..
특별히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며 독립운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국 기독교역사에 관한 책으로도 너무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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