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인문 여행 - 올레 26개 코스에서 마주하는 제주네 이야기
이영철 지음 / 혜지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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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인문여행> 이영철, 혜지원

제주 올레길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제주도 인문여행기이다.

제주는 이제 여행지로 친근하지만 아직도 왠지 낯설다. 이국적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으로나 기질적인 다름이 느껴질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제주를 올레길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육지로 유학을 가서 섬을 떠나 육지사람으로 살았지만 제주 올레길을 종주하며 고향 제주와 화해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앞전에 읽었던 제주에 살며 오랜동안 제주 지역을 탐방해 구석구석 자세히 소개했던 제주 인문학 책과 다르게 이 책에서는 육지와 연결된 제주를 느끼게 해준다.

앞전에 읽었던 제주 인문학 책은 민간설화나 4.3의 흔적들에 대한 세세한 디테일을 묘사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조금은 나와 다른 이국적인 제주를 그려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제주가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제주가 어떤 모습이었고 지금의 제주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좀더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21코스지만 지선이 5개 코스가 있어 총 26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 한라산 등반코스까지 생각하면 제주도는 섬 전체가 걸어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 설화 속 설문대할망이 만든 제주도의 모습부터 내가 제주도 갈때마다 가급적 찾아가는 김영갑갤러리 속에 담긴 이야기들 같은 현대적 모습은 물론이고 해방 직후 혼란기에 발생했던 제주의 4.3사건에 대한 아픔은 제주도 전체를 할퀴어 올레길 곳곳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 책을 통해 잘 몰랐던 고려 말 몽고의 지배를 받던 시절 목호들의 삶과 공민왕의 항몽정책에 따라 벌어졌던 '목호의 난'의 미망인이 제주도 첫 열녀비를 하사받은 여인이라는 점이나 목호의 난이 가져온 상흔은 현대의 4.3과 비견할 만큼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많은 유배인들이 머물던 유배지이기도 했던 제주도이기에 천주교 박해시절 관노로 유배된 정약용 집안의 일원이었던 정난주와 그녀의 아들 황경한의 이야기는 2살배기 아들을 해변에 버려야했던 애틋한 모정을 느끼게 해주고 어느 강골의 기게 높은 선비가 유배지에서 생을 달리해 아버지의 장지를 지키러 내려온 아들들로부터 내려온 집안과 추사 김정희의 사사를 받은 집안이 연결되고 다시 두 집안이 독립운동과 4.3의 중심인물로 연결되어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국 어느 고장이든 골마다 마을마다 작은 이야기거리 하나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제주의 마을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유독 슬픔과 안타까움이 많은 까닭에 제주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직 올레길 중간중간 짧게 몇구간을 걸어본 적 밖에 없지만 이 책 속의 자취들을 따라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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