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정치 - 우리가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은 24가지
노정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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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치> 노정태, 인물과사상사

현재 저자가 기고하는 신문사에 대한 편견이 있는 편이라 출판사에 대한 신뢰와 평소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의 추천이 있었기에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모든 내용에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관점이나 통찰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정 정치세력이 애국지사병에 걸린 존재로 묘사되거나 팬덤정치가 부족주의화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찔끔거림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정당정치에서 사실 정당은 '대중'보다는 '정당의 구성원'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은 맞다. 그렇게 해야 정당의 정체성이 유지되고 그런 정체성을 통해 '대중'에게 인정받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라는 교과적인 이야기를 차치하고도 우리가 국정을 맡길 정치세력의 철학이나 미래상정도에 대한 그림이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한국 정치는 80~90년대의 가신정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마치 경제부흥의 원천인 것 마냥 호도하는 사람들을 향해 케인즈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나조차도 케인즈의 저작을 제대로 읽거나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 고전의 통찰을 보여주기위한 명언집들이 발간되고 사람들이 그런 말 한마디를 공유하며 통찰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지만 말한마디로 그 사람의 모든 생각을 담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앞뒤 맥락없는 탈원전 정책이나 박정희에 대한 공과 과에 대해 설명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상관없이 서로가 깊이 사유해야할 부분이라고 느끼며 저자가 담아내는 글 속에서 많은 독서와 사유를 느끼게 해준다.

다만 민주화세대에 대한 설명에서 지금의 586세대가 민주화를 이룩한 세대가 아니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겪어온 세대라는 점에서 저자가 가지는 불편함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조금은 과한 비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신의 긍정에 대해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 동물이고 전쟁때 겪은 일이나 자신에게 심리적인 영향이 큰 사건을 겪게되면 과장되게 기억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소위 진보논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수논객(?)이라는 평을 듣는 저자의 모습은 내가 알던 보수의 모습과는 달랐고 오히려 자신의 논평에 중심점을 가지고 정치적 사안들을 논평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어떤면에서 이 책을 추천했던 유창선 평론가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었던 것 같고 또 다른 면에서 지금의 나와 비슷한 생각의 흐름을 거쳐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젊어서 급진적 사상에 빠지고 나이가 들며 안정적인 면을 추구하게 된다는 어느 누군가의 말은 그냥 흔한 변절자들의 변명이라고 치부하기엔 많은 함의가 담겨있다.

어쩌면 우린 매시기 매순간 이전의 나와 결별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별생각없이 읽다가 많은 공감과 배움을 얻었고 좋은 논객을 알게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저자의 글을 꾸준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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