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한국사 - 고대에서 현대까지 북쪽의 역사
여호규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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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한국사> 여호규 외, 위즈덤하우스

여러 역사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책을 엮어낸 기획이 재미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절반은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한반도의 절반으로 바로 현재의 북한인 한반도 북쪽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다.

우리가 배우는 고대사부터 중세와 근대에서 조선이 국가로 설립된 이후의 북방역사는 꼼꼼하게 배운 기억이 없다. 이 책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한반도 북쪽에 대한 역사와 왜 우리 역사에서 북쪽에 대한 내용이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북쪽의 역사를 말하면 항상 고구려와 발해를 말하면서도 사실 고구려와 발해에 대해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고 고려때는 그나마도 영토가 줄어들었었고 조선시대 중기에 와서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 소련간의 국경선과 유사한 국경선이 우리의 영토로 확장되었다고 알고 있고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책에서도 다루고 있다.

북방의 역사는 그런 영토적인 문제와 연대적인 기술 외에 개성을 중심으로 한 고려 이후 상대적으로 고려의 귀족층이 거주하던 개성과 그 이북에 대한 차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아는 개성상인이라는 존재도 벼슬을 거부한 고려의 후손들이 선택한 길이었으며 그렇게 부유한 북쪽의 경제로 인해 평양감사는 부를 축척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북쪽의 구성원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조선의 시각을 보여주는 어쩌면 아이러니 일지도 모르겠다.

근대와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평양을 중심으로 기독교 세가 확산되는 것이 성리학 기반의 강력한 향반이 존재하지 않아서라는 해석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고 그런 기독교세를 바탕으로 근대의 개혁적인 인사들이 많이 배출되게 되어 우리나라 기독교 교육기관의 상당수를 평안도 사람들이 차지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해외 유학도 전라도나 경상도에선 일본 유학을 많이 보냈다면 평안도 사람들은 주로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었고 유학을 가서 선택한 학문도 당장 출세가 보장된 전라도 경상도는 법학이나 경영, 정치, 철학 같은 학문들을 주로 선택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평안도 사람들은 공학이나 실용적인 학문을 더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평안도 쪽이 기독교 세력이 강했고 조선 왕조에 대한 불만이 컸던 만큼 일제 식민지 시대에 들어와서 저항적인 모습보다는 보수화하고 일제에 순응하며 일찍부터 공산주의에 적대감을 가진 지역이 되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방과 함께 정작 북쪽을 점령한 세력은 소련이었고 소련은 조만식으로 대변되는 반공 민족주의 세력을 강하게 견제하며 공산화를 추진하게 되었고 평안도를 중심으로하는 기독교 세력은 한국전쟁 전후로 공산화된 북쪽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와 서북청년단과 같은 강력한 반공세력의 구심점이 되었다는 사실과 해방후 공산주의 세력을 이끌며 북한 정권을 거머진 김일성 조차도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다니 참 역사적인 아이러니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남한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부대의 모체가 기독교가 된 것은 이미 이때부터의 전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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