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이라 그런지 표지를 보며 어설픈 느낌이 들었지만, 표지와 같은 그림의 엽서를 받아 드니, 그 어설픔은 지워졌다. 한복을 입은 주인공과 추리소설이라니, 추리소설 특유의 숨겨진 사실에 대한 신비로움이 더욱 배가되었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인 환이가 제주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의 의문을 품고, 아버지의 마지막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에 도착한 환이는 동생 매월과,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그들 중 조력자와 용의자로 구분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편 소설이기에 지루할 수도 잇지만, 기.승.전.결의 승,전이 반복되며 독자의 호흡을 계속 유지 시켜 주어 끝가지 그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마지막 결론에 이르렀을때, 그 재미를 배가 시키는 이야기로 되어있다. 리뷰에 그 줄거리를 자세히 적을 수가 없어 아쉽기도 하다.

특별히 이 책을 읽어가며 나의 관심을 이끌었던 것은 화려한 문체이다. 첫시작부터 배경이나 심리를 표현하는 형용사의 사용은 생생한 의미 전달과 지루하지 않게 상상력을 발휘 하며 독서를 하도록 좋은 장치가 되고 있다. 과도하여 의미 해석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 필요없는 사족이 아닌 사건을 추적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하며 책을 읽어 갈 수 있다. 적당히를 지켜가며 문장을 만들어 가는 작가의 능력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p.17 짙게 깔린 안개가 소나무로 만든 붉은 배를 감쌌다. 내눈에 허락되지 않는 땅 너머에 비밀이 숨어 있기라도 하듯. 그러나 항구에서 남쪽으로 천리를 가면 나오는 바람의 땅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곳에는 들쭉날쭉한 해안선이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검은 현무암 집과 넓은 초원, 안개가 겹겹기 에워싼 산이 있다.

p.288 자른 천을 무릎 위에 펼치고 추워서 굳은 손가락으로 어설프로 시로미 열매를 따 비단 천에 담았다. 열매는 마치 희망의 물방울 같았다. 내 동생이 회복한다는 희망, 절대 동생을 버리지 않겠다는 내 마음을 동생에게 증명할 수 있다는 희망.

p.332 매화당 앞에 이르자 심장이터질 듯 뛰었고 입이 바짝 말랐다.

끝으로 이 책의 아쉬운 점을 이야기 하자면(스포가 될테니 자세히 쓰기는 어렵지만) 주인공의 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너무나 많은 것이 사용된 탓에 중간중간에 흐름이 깨지기도한다. 한두가지의 장치로 개연성있게 표현되면 좋으련만, 여러 가지의 장치를 두고 그것을 모두 해소시키려다보니 억지스럽게, 갑작스럽게 해결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빠른 전개의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추리 소설인 만큼 등장하는 소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보니 재미가 분산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독서의 순간을 즐기기 위한 스릴과 소재는 충분한 것처럼 느껴지나, 책을 읽고 난 그 끝에 소설 그 자체의 즐거움뿐 아니라, 소설의 끝에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것을 찾지 못한 것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내용보다는 제 감상과 이후의 생각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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