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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평점 :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 금정연 • 북트리거
매일 뭐라도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나는 제목만 보고 호기롭게 서평을 신청하고 나서야 뒤늦게 반항심이 올라왔다. 출판사 분들이 기함을 토할 일이다. '누구시길래, 저더러 글을 뭐라도 매일 쓰라 마라 명령질하시는거죠? 그대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도 되시는지?' 그런 삐딱한 태도로 우선 서평 당첨 메일을 받고 나서 저자님의 이름을 훑고 책 내용을 마주하기 전 작가님의 자격요견부터 판.단.해보기로 했다. 근데 그 과정부터 우선 쉽지가 않았다. Google 에 이름 석자를 쳤을 때 가장 위에 나온 건 소개는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였다. '... 그렇단 말이지...' 다음 줄에는 '도서평론가' 라는 직업이 뜨지만, 그 역시 그 전의 '서평을 쓰지 않는' 이라는 말이 걸린다. 뭐지? '변호를 하지 않는 의사' '판결을 내리지 않는 판사' 뭐 이런 건가 싶어서 대표작을 검색해보았다. 『서서비행』,『난폭한 독서』,『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아무튼, 택시』,『담배와 영화』가 대표적으로 등장한다. 즐겨읽는 아무튼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책이 안타깝게 없다. 와중에 제목이 하나같이 장난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서평을 써야 할 책은 오고 있기 때문에 마음 속 청개구리를 달래기 위한 자료가 더 필요하다. 인터뷰를 봤다. 너무도 많은 인터뷰와 글들이 있었다. (MD를 관둔 이유에 관해서) "생선 가게의 고양이가 된 기분도 들더라고요. 책은 산처럼 쌓여있는데 읽지 못하는. 그래서 그만두었습니다." (서평에 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은... 저자를 존경하고 거리를 두기보다는, 사랑하고 격하게 들이대는 것이라고 봅니다. '독서'란 것 자체가 난폭한 행위예요." 어느 하나의 직업, 몇 가지의 인터뷰만으로 '아~ 이런 종류의 사람이구나' 로 특정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 배웠고 그로 인해 굉장히 난처했다. '그래서,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에게 매일 뭐라도 쓰라고 하시는건데요...' 애매하다고도 느꼈고, 그만큼 특정되지 않아 매력적이라고도 느꼈다. 아무튼 머릿속으로 대략적으로 예상을 하고 대략적인 결론을 내어두고 읽는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편견이 강한 사람으로써), 혼란스럽게 책을 주워들었음을 고백한다.
책에서라도 일관적이고 또렷한 목적의식이나 주제를 가지고 개연성을 가지길 기대했으나 그것마저도 완전히 무너졌다. 정말 말 그대로 일기의 모음집이었다. 단 특이한 것은 과거 다른 작가들의 일기를 같은 날짜로 포개어 평행세계를 펼쳐두었다는 점이다. 그의 일상은 대부분 글 마감,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육아, 글 동료들과 만나는 일상인데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마르그리트 뒤라스, 요나스 메카스, 최승자, 프란츠 카프카, 실비아 플라스, 수잔 손택 등 세계 작가들의 일기와 접목시켜 새롭게 탈바꿈 시킨다.
책을 받기 전부터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형태에 혼란 느꼈지만, 읽고나서는 신기하게 이 작가님이 내가 가장 처음에 생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필체와 많이 닮아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코로나에 걸린 장면에서. 꿈 속에서 몽롱하게 흐르는 듯한 문체에 흐름이 날짜 별로 끊기지만 그게 되려 일본영화의 호흡 짧은 영화 편집 기법을 연상 시킨다. 뻔한 글이나 예상에 대한 기대를 내려두고, 구조적 규칙을 잠시 내려두고 편안하게 읽으면 참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일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의 일기가 아니라면. 그런데 왜 나는 계속 낯 모르는 타인들의 일기를 읽으면 내 일기를 남들에게 보여 주는 걸까? 마치 세상이 나를 잘 알고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p.269) 잘은 몰라도 이런 게 아닐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나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때때로 그게 너무 답답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아무리 답이 없는 것 같은 순간이라도 어떤 종류의 답은 있게 마련이라고, 비록 그게 내가 바라거나 원했던 답은 아닐지라도. (p.42)
⚘ 본 리뷰는 출판사 북트리거 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중한 책 선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