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의 미술 음악가 거리 표지판을 청소하는 아저씨, 유명 작가와 음악가들의 이름을 매주 대하고 깨끗히 하는 자신의 역할에 나름대로 굉장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있는 분이셨다. 그 분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느낄 줄 아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저씨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된 사건 하나... 그것은 글루퀴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의 옆을 스치던 소녀가 글루퀴에 대해 모르고 던진 엉뚱한 질문이였다. 사실 아저씨께서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매일 대하기만 할 뿐 그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음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일에 좀 더 만족감을 얻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로 마음먹고 음악과 문학을 향한 배움의 열망을 키워가셨다!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배움을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것을 놓친 건 아닌 거라고...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흔히 늦었다고 생각될 때 가장 빠르다는 말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 늦게나마 배움의 깨달음을 얻고 자기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를 쌓는 아저씨께서 배움으로부터 우러나오게 한 또다른 배움의 의미를 거듭나게 하셨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부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단순히 미래에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인지 어른들에게는 학문의 의미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인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용기있게 실천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이렇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깨달음을 얻고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아저씨가 존경스럽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음악하는 사람, 문학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을 굳이 구분짓는다. 그러나 아저씨께서는 순수한 목적으로 자신의 만족을 얻기 위해 지식을 마주하며 만족을 얻으셨다.
늦게나마 배움의 재미에 푹 빠진 아저씨를 보며 나도 닮아가고 싶었다. 공부에 게으른 내게 일생의 의미를 두고 무엇을 위한 열망에 거대한 열매를 맺어야 하나 깊이 고민하게 된다.

도서에 등장하는 생각을 사랑하는 주인공 부루퉁 아저씨 역시 나에게 깊은 교훈을 주었다.
바쁜것을 모르고 사는 여유로운 노인처럼 보이는 부루퉁 아저씨는 알고보면 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부딪치고 수집해 정리를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역할을 하신다. 저마다의 생각들이 머리속에 자리잡아
가는 이유도 아저씨 덕분이다.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부셔져 다시 새롭게 태어나기까지 아저씨의 손길은 절대적이였다. 선반위에 수 많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나름의 원칙에 따라 생각의 정리를 하고, 다시 달콤한 향기를 퍼뜨려 꽃 피울 때 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해 주신다.
요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같은 생각을 되풀이 하다가도 곧 잊어버리고, 머리속에 입력된 수 많은 생각들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완전히 내 머릿속을 떠난 듯 한 착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반면 생각이 머리속에 너무 꽉 들어차 있어서 머리안에서 퍼지지 못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붙잡아 내 머리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부루퉁 아저씨가 어딘가 존재할거란 생각이 든다. 그 때마다 어디선가 아저씨께서 머리속에 꿈을 꾸는 방법을 되찾게 하고 새로운 생각이 자리잡을 때 까지 가장 아름다운 생각의 소리가 퍼지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다.

큰 도시에 살고있는 늙은 화가 아저씨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세월의 흐름속에 바다를 영원히 품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아저씨처럼 바다를 동경한 기억에 아저씨의 바다여행에 의미있는 풍경이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아저씨께서는 나이만큼 모든 풍경을 빠짐없이 그릴 법 한데, 나이가 지나도 유일하게 그림으로 남기지 못한 풍경 하나가 있다. 바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바다...
사람들은 아저씨에게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저씨께서는 끝없는 바다의 매력을 상상하곤 하셨다.
아저씨에게 바다여행은 어려움이였다. 도시의 부족한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고 해도 평생 바다에서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기 ‹š문이다. 바다를 찾으려 지출할 금액을 만드는 데에도 살만한 도시생활을 거의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었고,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이였으니...
그러나 아저씨는 여행의 참된 의미를 맞이하셨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바다를 그리워했고, 자연스럽게 바다의 움직임을 따라 그렸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셨다.
끝내는 평생 바다를 그린 그 순간에 멈추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도시로 돌아오고 나서도 바다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진심으로 바라던 풍경에 머물러 계셨다.
아저씨의 소원은 어쩌면 막연한 소원으로 머물지 몰랐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여행지에 대한 매력으로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지 못한 풍경들까지도 모두 기억할만큼 아저씨는 바다의 풍부한 매력을 모두 체험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온통 바다뿐이셨다. 처음 접하는 곳에서 평생을 두고 느끼지 못할 애정을 느꼈고,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원했던 무엇인가를 두 손에 꼭 쥐고 의미가 깊어질 때를 기다린 아저씨께...
나는 새로운 열망이 생겼다. 나 역시도 아저씨를 닮아보고 싶다. 목적지로 가는 꿈에 부풀어 새로운 것을 성취할 준비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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