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나무 이야기 - 열두 달 자연 이야기 2-자연의 아이들
이름가르트 루흐트 지음, 김경연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2월의 나무를 보면 늘 벌거숭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파리 하나 없이도 진갈색의 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나무는 아직 짙은 푸른빛을 띤 채 촘촘하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늘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띄엄 띄엄 보던 나무들을 일렬로 세워보니 나무의 특징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열두 달 나무 이야기"는 이러한 도서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 그러나 늘 보면서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다양한 나무들이 함께 있다.

나도 이전엔 그저 나무는 늘 키가 크고 줄기의 표면은 두툴두툴 하지만 매끄럽게 쭉 뻗은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나무마다 열매로부터 퍼진 씨앗이 퍼지며 작은 묘목이 커 나가고 각각의 나무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자세하고 다양한 나무에 재미를 지금껏 몰랐다는 게 아쉬웠다. 이처럼 나무에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를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한 도서가 또 있을까?

나무의 일기처럼 직접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나무의 생활기, 1년동안 지면 위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삽화는 자연의 신비를 들려주고 있었다. 새순이 자라나 돋아나면서 통통하게 물이 올라 노랗고 새파랗게 빛나는 새순부터 봉오리까지 모든 것이 두 눈을 사로잡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에 바람이 많이 불 땐 바람이 들판의 흙을 데려간다는 멋드러진 표현은 시의 한 구절 처럼 들린다. 낭만적인 그림이 먼저 떠오르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나무이야기의 감동을 더하고 있다.

나무들이 잎과 봉우리를 틔우고 나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작은 열매둘이 점점 커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어린 싹이 점차 부풀어 올라 자라는 모습이 마치 팝콘을 만드는 모습 같았다.
금방이라도 향내음이 날 것 같은 푸르른 숲 사이마다 윤기가 흐르는 나뭇잎들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올 무렵엔 저마다의 제 2의 색을 내며 흩날리며 여러가지 색깔로 빛나고 있다.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 폭의 명화 같기도 하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 인 듯도 하다.

길을 지나가다 의심의 여지 없이 보던 풍경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나무들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노란빛과 연두빛으로 밝게 빛날 나무들이 봄을 간직한 듯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구체화 하고 있을 땐 나무들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짙어지고, 두터워지는 나무들이 자랄수록 나무 스스로를 그리고 지구 전체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 나무의 보호를 받으며 사는 곤충들과 둥지를 트는 새들과 나무 곳곳에서 터전을 마련하는 사람들, 늘 푸른 나무를 보고 기뻐하는 이들, 게다가 오늘 날에는 다양한 땔감과 건축 재료가 되어 나무는 기쁨을 준다. 모두 늘 나무와 함께 하고 있고 모두들 나무의 성장 과정을 닮아가며 산다.

그러나 나무는 무럭 무럭 자라지 못하고 한 켠엔 병들어 가고 있는 요즘 나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숲은 고통을 숨긴 채 아파하고만 있으니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나무가 상처받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 때문인데... 나무를 구별없이 베어가는 통에 산사태로 무너지고, 해로운 물질로 잎이 바래는 나무들, 많은 세월을 함께하면서도 이제야 나무의 아픔을 깨달아 마음이 아팠다.

나무는 늘 인간에게 고마운 존재이고, 여전히 숲은 아름답다. 나무는 한해가 저물수록 더 단단해지고 굳건해지고, 늘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나무는 그늘이 되고 힘들 땐 휴식이 되어 주고 열매가 퍼지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사람들에게도 새 희망을 불어넣는다. 어떤 것도 나무를 대신할 수 없을텐데 지금처럼 나무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기특한 나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오늘도 어디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보며 내 주위에 어떤 나무가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느라 바쁘다. 나에겐 새로운 나무의 희망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나만의 나무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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