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숲 이야기 - 열두 달 자연 이야기 1-자연의 아이들
이름가르트 루흐트 지음, 김경연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어린 시절은 숲과 늘 가까이 할 수 있을 시간이 많았다. 여름방학이 되면 동네 뒷 산으로 올라가 숲을 찾아가 잠자리를 잡아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해 갔었고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 먹고 소풍으로도 자주 갔던 곳이였다. 평소에도 숲 속 깊숙히 들어가서 지저귀는 새들과 동물들을 자주 만나곤 했었는데 이제는 특별히 그럴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다. 가끔 운동삼아 숲으로 등산을 가기도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아 빈 터뿐인 숲과 어쩌다 내려앉은 이끼를 본 것이 내가 요즘 기억하는 숲의 모습이다...

나는 오늘 내 기억 속 거대한 숲의 모습을 간직한 숲 속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았다. 그 때 봤던 숲 속 친구들은 그 모습 그대로 인 것만 같았다. 쉽게 볼 수 없는 숲의 신비를 직접 들여다 보는 느낌이였다. 아직도 내겐 숲에서 일어난 장면들이 생생하고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내게 이런 기회를 준 도서는 "열두 달 숲 이야기" 였다. 그런 의미에서 숲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모습들과 숲의 신비속에 감춰진 법칙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놀라왔다. 숲의 12달 변화 과정은 그동안 숲에 대해 궁금하거나 보고싶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마치 숲에 대해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숲속 깊숙히 사는 어느 친절한 마술사가 풀어내는 듯한 대화를 듣는 기분 좋은 느낌으로 도서를 끝까지 읽었다. 게다가 그의 표현력은 더 없이 놀라웠다. 실사과 같은 일러스트, 대화같은 설명들은 실제 숲에 들어가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되어 내 마음의 울림을 전해 주었다.

숲의 계절 변화는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과서도 이처럼 숲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예시나 풍부한 그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교과서에서 보던 딱딱한 설명과 애매모호하게 그려넣은 삽화의 차원을 넘어선 실사와 같은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다.  과학잡지나 자연의 신비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생생한 장면을 포착해 낸 것 같은 사실적인 그림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아름다운 숲 속 세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눈 덮힌 산 속에서 겨우내 양식을 묻어둔 땅을 찾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해메며 땅속을 파헤치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다람쥐와 건조한 나무껍질을 부리로 애써 파내는 딱따구리의 모습들은 숲에 남긴 그들의 자국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 숲의 상황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주 작은 벌레가 잎맥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들도 무척 세심하게 그려넣어져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명체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면서 모든것들이 숲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김없이 특별히 생각 해 볼만한 환경 문제도 다루고 있었다. 요즘 숲의 파괴를 걱정하는 시점인만큼 숲의 이야기는 숲의 가치 또한 새롭게 조명했다. 숲의 밤과 병든 나무들의 모습은 숲의 고마움은 모르고 욕심만 채우려 했던 인간의 이기심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있었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숲의 모습도 다시 보게 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듯한 어둠이 깔린 숲에 낮동안 숨어 있었던 동물들이 서로 엉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였다. 모든 모습들은 자연도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고, 우리도 숲의 무한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 늘 주기만 하고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나무들인데 인간은 욕심때문에 숲을 망가뜨리고 시들어 가게 하는 건지... 숲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서야 반성해보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숲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이제라도 우리가 숲을 돌볼 과제를 띄고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수풀 속에 햇살이 비치면 그 틈새를 비집고 우듬지에서부터 이끼가 있는 밑바닥까지 태양에너지가 주는 영양분을 보충하며 서로 자기의 위치를 활용하며 지내는 모습, 스스로 숲을 관리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숲의 모습을 보며 무척 감동을 받았다. 흙 아래로 튼튼하게 뿌리내린 믿음직스러운 큰 나무, 그 뿌리가 나무 밑기둥부터 잎사귀까지 수분과 양분공급을 위해 쉼없이 움직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 숲의 숨은 이야기들... 이제 우리 인간들도 나무 뿌리와 같은 강하고 튼튼한 지지대처럼 숲에게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숲은 내게 서로 돕고 도움받는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 어린이들도 숲의 유익한 점은 본받고 숲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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