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풀빛 그림 아이 1
로드 클레멘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늘 하루도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하루도 쉴 틈 없이 바빴을 것이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일과 중 매일이 반복의 연속이기만 했을까?
특별한 꿈을 꾸기 위해는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말, 그러나 하루도 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행여나 놀더라도 하루만 휴가를 보내며 그 휴가의 날만 상상과 기대로 가득 품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
그러나 궂이 놀러가거나 휴가를 가지 않더라도 매일이 특별해 질 수는 있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독특한 발상이 곁들여진 오늘 하루의 일기를 쓴다면 오늘 일어난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특별해지고 신나는 기억을 품은 휴가지에서 보낸 기억보다 몇배로 값진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정말 사소한 풍경이 눈 앞에서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떠오르기를 희망한다면 꼭 "오늘의 일기"가 주는 감동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아직도 나에게 누군가 오늘 일과를 말하라 주문한다면, 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오늘의 일기"를 알기 전 그때는 나의 일과에 대해 확신이 없었을 뿐이다. 기록할 만한 일기를 남긴다는 것은 아직도 어렵지만 나의 밋밋하고 지겨운 일상은 더는 없음을 오늘 나만의 주인공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겨운 일상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판타지 영화에서나 본 듯한 쌩뚱맞은 그림을 그려넣은 아이, 그러나 그 멋드러진 그림은 주인공이 가진 위대한 상상력의 결실이였음을... 그렇게 "오늘의 일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새로운 일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인공의 오늘의 아침식사는 너무나 밋밋하고 특별하지도 않은 삶은계란과 토스트 뿐이였다. 그러나 오늘의 일기에는 축구공보다 더 큰 계란을 그려넣었다. 너무 커서 접시만한 유리컵에 계란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늘 그렇듯 평소에 먹는 아침식사처럼 맛은 없었는지 주인공의 표정은 뾰루퉁한 모습이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토록 큰 계란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모습이, 그래서 지나치게 밋밋한 우리의 일상의 단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아침 뿐만은 아니다. 주인공의 식사는 너무도 특별하다. 매일 먹는 식사에서 특별한 맛을 찾게할 때가 자주 있었을까 싶었지만 역시 주인공은 풍부한 상상력이 남달랐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 마크를 찍어 놓고, 점심에 먹은 학교 급식이 너무 맛있었다며 식탁 위에 호텔에서나 맛볼 화려한 만찬을 올려놓았다. 무엇보다 놀란 건 남다를 것 없는 식사조차 풍부한 감정이 피어올랐다는 것, 누가봐도 그 날의 일과는 아주 특별했음을 짐작하게 했던 무한한 상상의 표현력이였다.

학교까지 바래다주는 할머니의 차가 그날따라 느린 이유는 할머니의 차가 고물차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날의 운전기사인 이웃집 할머니가 공룡만큼 뚱뚱했기 때문이였다는 주인공, 누군가는 발칙하다 했겠지만 아마 뚱뚱한 할머니가 이 일기를 봤더라면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주인공의 재치있는 표현에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나치지 않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낼 법 하다.

나는 오늘을 이후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주인공의 눈으로 참신한 생각이 가득한 일상이 되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일기에 이러한 표현이 들어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물론 익숙하지 않은 표현에 연습이 필요하고 일상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새롭게 해야겠지만 나도 주인공과 같은 일상이 여러번 겹쳤으니 주인공의 표현에 나만의 상상을 덫붙여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기가 되고싶다.
주인공은 먼지투성이가 된 몸을 어느때처럼 온천보다 더 넓은 욕조에 엄마와 함께 목욕을 했다는데 오늘 저녁엔 주인공이 뒤집어 쓴 먼지투성이의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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