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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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어린이 동화 연구만 9년차인 사람이 있다니, 들어가는 글만 보아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야기는, 그와 늘 함께했던 ‘가난’ 그리고 가족•친구•지인•아이들과 저자 사이에 엮여있다.

(나에게 ‘가난’은 두려운 존재이고, 이 글을 읽으면서 역시 그랬다.) 냉장고가 꽉 차 있고, 필요한 걸 가지고있고, 그러면서도 없는 걸 찾고 있는 욕망의 흐름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읽다가 나를 보다가, 책끝을 접었다가 또 나를 보다가를 반복한다.

작가에게 에어컨이 있는 방을 나눠주는 친구들, 냉장고를 채워주는 사람들, 에어컨을 보내준(!) 사람, (저자는 에어컨을 보내준 사람을 결국 찾아내곤 시원한 여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란 다시 어디론가 보내야한다고 하는 맺음말,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화같은 에피소드인지. 이이가 지닌 마음이 동화같기에 어린이 문학을 연구했던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게 내 길인 것 같아’라는 느낌은 부러움과 동경같은 걸 느끼게 한다. 그에겐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않은 특별한 열정과 성실함이 있어 보인다.

강이랑 저자의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는 당연히 정제된 글이어서이지만, ‘물욕도 없고, 해서 난 아프지 말아야지’ 생각, ‘돈을 벌게 되면 써야할 사람에게 쓰겠다’라는 말들이 참 일관되고 찡하다. 엄마와 동생과의 이야기에선 눈물이 지어지기도 한다.

나는 몇 꼭지를 읽고나서, 이 책이 정말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가 경제적 자유니, 뭐니 유행의 방향을 함께 바라볼 때, 우리에게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필요하고,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 책의 정가의 10프로 정도가 인세니까, 얼마나 팔리면 죠리퐁도 우유도 아닌 그럴듯한 여행과 식사 자리를 선물할 수 있게 되려나, 오지랖으로 상상을 펼쳐보다가 언젠가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읽는 동안 두 명을 골랐다. 시인지 산문인지를 썼었고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던 선배와, 동화책을 쓰고 싶다는 언니에게 어떤 핑계로 이 책을 선물하리라. :)

🔖 부록엔 그림책 해설이 들어있는데, 맘에 드는 책 하나 골라두고 같이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림책을 읽은지 참 오래됐다. 읽다보면 내가 아이같아지고, 어쩌면 이야기를 지어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저자가 꾹꾹 담아낸 이야기로 만든 그림책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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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가능성 -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림 독서 여정
조민진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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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퇴직 기자의 독서•그림 감상문이다. 저자 소개에서 정치•국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하며 기자로서 일했다고 해서 사실 그런 관점이 담겨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미술과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담게 된 작품들에 대해서 풀어놓은 책이다. 여러 작품을 오가는 시선에 따라, 나의 개인적인 화두를 띄울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정말로 사랑이라는 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


• 당신은 누구의 가슴속에 머물고 있는가
<냉정과 열정 사이>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 사랑이 표현하게 한다
<자기 앞의 생>, 주인공 모모가 자신을 키워준 로자의 마지막을 지켜준 이야기…

잊고 있었던 작품을 만나기도 하고, 잊고 있던 태도와 시선을 만나기도 한다.



• 자신을 믿는 일이 자신을 아는 일은 아니다.
스칼렛이라는 ‘저항하는 여성’인 자기 스스로를 알지 못하고 방황한 시간을 소개하며 우리도 스스로에 대한 그릇된 믿음을 지적해본다. _<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이 대목은 유난히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여러 경험을 통해 이 정도 성취는 할 수 있다, 류의 자기 확신이 생겼는데, 내가 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잘못된 방향을 택하는 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든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나만의 생각과 관심 주제에 따라 읽어나가면서 생각을 환기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채울 수 있었던 그런 책. 또, 난 입시미술의 노예였던 적이 있어서 그림을 화풍으로 해석•분석하는 경향이 컸는데 내용적으로, 스토리에 따라 상상하고 감정을 느끼며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스스로 질문하기 힘들 때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을 알고 나니 제목에 담고 있는 내일에 대한 긍정이 참 풍성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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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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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오래된 것 앞에 아주 신문물이 있는 풍경의 기이함을 일부러 바라본다. 경주 대릉원 앞에 놓여있는 전동 킥보드와 그걸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멋대로 내 마음에 담아보는 재미를 느꼈다.

오래된 것은 거기에 있을 뿐인데, 우리는 여기에 있을 뿐이고, 그럼에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볼 때 고이는 힘과 에너지”가 있다.

• 특히 나는 누군가 식생활에, 일상속에서 쓰는 도구들이 늘 재미있었다. 그릇, 찻잔, 물을 담는 병, 술담는 병같은 것들. 뮤지엄 산 종이박물관에서 본 종이로 만든 안경갑도.

가까이 보다보면 지금과 미적 감각도 다르고, 라이프스타일도, 소재도, 제작된 경위도 다 다를 텐데, 왠지 당시의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와 그렇게 다를 것도 없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유물중에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더 멀리, 깊이 나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상이 놓인 사유의 방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 했었다는 것을, 큐레이터는 이렇게 표현한다.

🔖 명작에는 채워지지 않은 여백이 있다. 어줍지 않게 함부로 쓸 수 없으면서도, 누구에게든 열려있고, 자신의 느낌을 얼마든지 갖게 할 만큼 여유롭다. 용량이 정해지지 않은 큰 물통처럼 누군가에게든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몇몇이 쓰면 더 할 얘기가 없어지고 고갈되는 주제와는 다르다.

🔖 많은 이가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가까이 둔다.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한 곳에 있되 여러 마음에 동시에 존재하는 희한한 상, 이렇게 마음속 보물은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럿이 되기도 한다.

명작, 클래식의 힘이란 게 그런 걸까? 어떤 상징이 되면 많은 이야기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모인다.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떠올린다.

• <멈춰서서 가만히>는 다정하고 자유롭다. 유물 앞에선 물리적 장소는 박물관 안일 뿐일 텐데, 상상과 나름의 시선에 따라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병의 형태를 갖춘 유물에서, 무엇을 담는다는 행위에 대한 사유로도 이어진다. 유물을 통해 우리는 옛 사람들이 생각한 죽음도 유추하고 느껴볼 수 있다.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자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멈춰서서 가만히>,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 저, 어크로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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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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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카오스가 있었더라…!>

🔖 태초에 먼저 카오스가 생겨났다. _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 <신통기> : 혼돈과 카오스는 현재에도 여전한데 질서란 무엇일까? / 창세기의 앞부분 내용과 유사한 것도 너무 흥미롭다.
🔖 세상을 만들어가는 신 에로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리비도로 이어받다.

세상의 시작, 사랑, 땅, 하늘, 기존 권력과 신규 권력의 대치와 관계 재편성, 미래와 과거를 함께 보는 힘, 죽음과 사후세계•타락과 격리, 문명, 영웅, 사랑•복수•배신…

저자는 이 책의 모든 챕터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과 관계성을 소개하면서 지금 우리가 당장 사유할 수 있는 예화를 소개해준다.

분량과 점잖은 표지에 내심(많이) 쫄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렇게 재밌었다니.. (알고 있는 건 머리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지라는 만화뿐, 서양철학입문 수업을 들었지만 고대 철학은 세상의 근원이 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했다더라,, 오이디푸스와 <해변의 카프카>해석뿐이었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나랑 무슨 상관이지? 싶었던 게 무지였다.

신화속에서 신들과 관계성, 서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관점’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모태로 한 생각들이 여전히 오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발견한다. 동양철학의 ㄷ도 모르지만 그안에 담긴 개념, 과학적 원리와 발견들도 이해하며 머리속에서 교차 대조되면 얼마나 재밌을까!!! 이런 게 지적 쾌감인듯.

푹 빠질만한, 근본을 찾아(?), 조근조근 곱씹을 소스가 필요한데 그걸 고전에서 찾고 싶다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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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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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알았다! 나는 화가의 생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 작품이 가지는 작품성이, 가치가, 돈이든 명예로든 매겨질 때 나는 그 작가가 어떤 마음과 생각과 관점으로 어떤 배경에서 이 그림을 그려냈는지가 정말 재밌다. 특히 고전미술은 대부분 이미 유명해진 채 우리에게 암기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뒷배경을 이해할 때에 오는 지적인 쾌감이 있는 것 같다.


정우철 도슨트의 이야기가 그래서 사랑 받는구나,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첫 부분에 '샤갈'의 작품과 생애가 나와서 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맨 처음으로 택했을지 궁금했는데, 그의 스토리를 읽는 동안 드라마 한 편 본듯 눈물날 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림체였음에도 그의 사랑과 따뜻함,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이 읽히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가 동유럽으로 이주한 유대인의 후손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냥 러시아 작가로 남아있을 뻔 했다. 러시아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뉴욕으로...전쟁과 히틀러의 등장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 저곳 옮겨갔고, 또 사랑을 위해서 파리에서 명성을 얻고자 청혼만을 약속하고 파리에서 다시 러시아로 왔던 엄청난 대장정..그 과정에서 그려낸 그림들이 다 하나같이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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