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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황정은 작가님 책은 늘 재미있게 즐겨읽었어요. 그러다가 유일하게 읽지 못했던 책이 바로 이 <백의 그림자> 였는데 줄곧 절판이더라구요. 새롭게 출간되기를 늘 기다리면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역시 기대했던 만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님이에요. 지금 출간되고 있는 작품들보다는 훨씬 정적이지만, 정적인 만큼 그 고요한 문장과 흐름 속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날카로운 비판 너머에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아끼는 인간애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무재와 은교가 일하고 있는 환경, 그 환경 속에서 또 치열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리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개인들.. 특히 작품의 마지막에 섬에서, 섬의 밤 길에서 걷는 무재와 은교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드라마틱한 것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서로 각별한 사이라는 게 와닿아서 너무 좋았던 것이 책을 덮은 후에도 인상깊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참 신기한 책이에요.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라서 이렇게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