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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선택들 - 힐러리 자서전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규태 외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평점 :
그녀를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현실주의 정치인? 혹은 여성 정치인? 둘 다 그녀를 드러내는 대표적 속성이긴 하지만 아마 그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단어는 '힐러리 로뎀 클린턴.' 그녀의 이름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책 <힘든 선택들>을 읽는 시간은 내게 축복과도 같았다. 두 가지 이유때문에 그러한데, 첫 째는 힐러리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풀 수 있어서였고 둘 째는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때문이었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 끈 것이 사실이다.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웨스트 윙'이라는 걸출한 정치드라마 이후로 그 아성에 도전할 수 있었던 정치드라마가 있었나 싶다.
드라마 속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는 '가차없는 실용주의'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힐러리는 어떤가? 물론 힐러리는 프랭크처럼 누군가를 죽이거나(드라마이긴 하지만 볼 때마다 무섭다.) 더러운 술수(내가 아는 한에선.)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모든 일을 해결한다는 점은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이긴 대선후보 오바마의 도움요청에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라는 가치 하나로 온 힘을 다해 그를 돕는 장면은 그녀의 인간적 미덕을 보여준 대표적 상징이 아닐까 싶다. 먼저 공동 기자회견을 제시하고, "11월의 승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했다.
국무장관이 된 그녀는 아시아를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보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꼼꼼히 생각하고 '선택'을 내렸다. 중동에서 진행된 전쟁과정과 유럽,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그녀가 다닌 수많은 시간과 선택들을 <힘든 선택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대선을 앞둔 그녀이기에 책 앞부분의 많은 부분이 자신의 팀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칭찬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훌륭했겠으나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만약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더 감정이입이 됐을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또한 모든 문제를 미국'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 부분에서도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미국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그녀이기 때문에 그런 서술방식은 그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외적인 부분에서는 (정말 단순무식한 이유이지만) 책이 너무 무거워 힘들었다. 들고 다닐 수는 있으나 책을 손으로 받치고 보기엔 힘들었다.(이건 사실 뭐 큰 흠이라고 보진 않는다.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것이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것 역시 사소한 것이긴한데 "김영사는 왜 책 표지에 '힐러리 자서전'이라는 보기 흉한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 되긴 한다. 힐러리 사진이 있고, 지은이 부분만 봐도 직관적으로 그녀 본인이 썼다는 것을 알텐데 왜 그랬을까? 정말이지 궁금하다.
위의 두 가지 사소한 흠결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비교적'이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두꺼운'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웠다. 그러나 동시에 정말 유익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라는 미국 대표 정치인의 생각과 미국 행정부의 비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에게 놓인 '힘든 선택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 다음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리라. 그러나 힐러리의 책 내용 내내 관통한 한 단어 '아메리카 드림.' 이 단어를 채워줄 수 있는 정치인이 미국인들에게 선택되길 빌어본다. "당신이 누구이건 어디 출신이건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지킨다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p22)"는 이 명징한 문장이 한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필요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