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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벵하민 라바투트은 전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멈출 때”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과학을 전공했음에도 나에게 있어 19~20세기 과학자들은 그들이 세상에 남긴 연구, 방정식 및 발견 등으로 납작하게 기억 될 뿐 그 어떤 인간성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라바투트는 그들에게 새로운 숨결 혹은 입체감을 불어넣어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려내 내 눈앞에 데려왔다. 그가 살려낸 과학자들은 너무도 명석하지만 불안해 했고, 끝까지 고뇌했던 한 명의 불완전한 사람들이었다.
이번 작품 매니악 역시 그는 과학자들을 다시 무대로 데려왔다. 에렌페스트의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제 2부 폰 노이만에 와서는 긴장감을 폭발시킨다. 20세기 가장 똑똑했던 천재, 컴퓨터의 아버지. 수학자들은 그들이 증명할 수 있는 문제를 풀지만, 폰 노이만은 그가 풀고 싶은 문제를 증명했다. 거만하고도 믿을 수 없이 앞서갔던 그의 천재성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오펜하이머”와도 이어지는 원자폭탄, 수소폭탄 개발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과학적 발견의 아찔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제 3부에서는 폰 노이만이 시작한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현재 인공지능이란 모습으로 발전해내 끝끝내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던 이야기로 끌고 간다. 인간이 만든 우리를 넘어서는 존재, 아직도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과연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또 어디로 끌고 갈까.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면 처음에는 색색깔로 아름다워보였던 기체가 환각에 빠진 인간의 정신처럼 보인다. 알 수 없이 신비롭고 폭발적인 인간의 지성과 발견 그리고 그 길을 이끄는 천재들의 광기의 발버둥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