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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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절절할 수 있을까?


김봉곤 작가가 그려내는 이별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서로를 경멸하며 헤어진 연인이 아니라서 그럴까? 그의 헤어짐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화자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따금 연락을 주고 받을 때면, 서로의 오래된 별명을 부르며 다정하게 대화를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음을 화자를 알고 있고, 그게 그를 아프게 했다. 형섭과 함께한 추억이 있는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함께 키웠던 강아지를 정겹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자의 가슴 속엔 가시가 자라나 그의 마음을 찔러댔다.


화자는 불현듯 더 이상 그에 대한 글을 쓸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글 속에만 존재할 뿐, 앞으로 그는 소설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됨을 화자는 느낀다. 하지만 '사랑했었다'는 감정은 여전히 그의 마음을 짓누르며 그를 완전히 놓을 수 없도록 만든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인 "그러니까 마지막.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에는 형섭을 놓지 못한 화자의 애절함이, 용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심정지가 온 환자의 가슴에 딱 한번만 더 CPR을 하는 의사의 마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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