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과 우수 그리고 공포와 함께, 로마쇼프는, 운명이 자신을 매일같이, 슬픔에 아파하고 기쁨에 즐거워하지만, 실제로는 개성을 빼앗기고 자신의 무지와 노예체제, 상관의 무관심, 전횡과 폭력으로 억눌리고 있는 수백의 홀레브니코브와 같은 병사들과 조우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시무시한 것은, 로마쇼프 자신을 포함해서 그 어떤 장교도, 항상 고분고분하고 아무 생각 없는 무의미한 얼굴을 한 홀레브니코프 같은 병사도 중대병력, 대대병역, 연대병력 등등의 기계적 수치가 아니라, 사람리라는 사실을 이제껏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3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