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쾰른 대성당"이 미완성인 상태로 탑 꼭대기에 아직 기중기를 세워둔 채 남아 있듯이, 나의 고래학 체계도 미완성인 채로 남겨둘 작정이다. 작은 건물은 처음에 공사를 맡은 건축가들이 완성할 수 있지만, 웅장하고 참다운 건축물은 최후의 마무리를 후세의 손에 맡겨두는 법이다. 신이여, 내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않도록 보살펴주소서! 이 책도 전체가 초고, 아니 초고의 초고일 뿐이다. 오오, 시간과 체력과 돈과 인내를!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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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퀘그의 라마단, 즉 금식과 참회의 고행은 온종일 계속될 예정이었으므로, 나는 밤이 올 때까지 그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모든 사람의 종교적 의무를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도 상관하지 않고, 독버섯을 경배하는 개미 떼조차 충분히 존중해준다.
우리 지구의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행성에서는 전례를 찾아볼수 없는 노예근성에 사로잡혀, 이미 세상을 떠난 지주의 이름으로 여전히 방대한 토지가 소유되고 임대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주의 흉상 앞에 머리를 조아려도, 나는 그들을 경멸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우리 선량한 장로파 기독교도들은 이런 일에 너그러워야 하고, 이교도든 아니든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미치광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퀴퀘그는 요조와 라마단에 대해 터무니없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 P148

그래서 그게 어쨌단 말인가? 퀴퀘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자. 우리가 아무리 그와 논쟁을 벌여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를 그냥 내버려두자. 하느님, 장로파건 이교도건,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머리가 끔찍하게 손상되어 있어서 수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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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특성은 비교에 의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면에서 편안하다고,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으스대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편안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침대 속에 들어가 있는 퀴퀘그와 나처럼 코끝이나 정수리가 조금 춥다면, 전반적인 의식 속에서는 가장 즐겁고 명백하게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P112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난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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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격한 장로교회의 품속에서 태어나 자란 어엿한 기독교도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야만적인 우상 숭배자와 함께 나무토막을 경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배한다는 게 무엇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슈메일, 지금 하늘과 땅을 이교도도 포함하여 주관하시는 관대하고 고결한 하느님이 하찮은 나무토막에 질투를 느낄 거라고 생각해?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경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그것이 경배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의 뜻이란 무엇인가? 이웃이 나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이웃에게 해주는 것-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그런데 퀴퀘그는 이제 내 이웃이다. 나는 이 퀴퀘그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가? 나와 함께 장로교회의 특정한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그의 예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상 숭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팻밥을 태우고, 그가련한 작은 우상을 세우는 것을 거들고, 퀴퀘그와 함께 태운 건빵을 우상에게 바치고, 우상 앞에서 두세 번 절을 하고, 우상의 코끝에 입을 맞추었다. 그 일이 끝나자 우리는 옷을 벗고, 우리 자신의 양심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해서나 아무 거리낌 없이 침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약간의 잡담을 나누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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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컷 웃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기 드물게 좋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자신을 유쾌한 웃음거리로 제공한다면, 그가 부끄러워서 꽁무니를 빼지않고 기꺼이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고 남의 웃음거리가 되게 해주는 게 좋다. 자신에 대해 실컷 웃을 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게 분명하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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