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푸른 이파리가 드바노프 옆으로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나뭇잎의 가장자리는 이미 누렇게 변해 있었다. 자기 생을 다 살고죽어 대지의 평안으로 돌아간 것이다. 늦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다. 진한 이슬과 황량한 스텝의 길이 시작되는 때다. 드바노프와 고프네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구름 끼고 낮아 보이게 했던 태양의 흐릿한 힘이 사라져 버려 하늘은 더 높게 보였다. 드바노프는 지나간 시간에 애수를 느꼈다. 그 시간은 계속해서 길을 잃어버린 채 사라져 갔다. 그런데 인간은 같은 자리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남아 있는 것이다. 드바노프는 왜 체푸르니와 체벤구르의 볼셰비키들이 그토록 공산주의를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공산주의는 바로 역사의 종말이며, 시간의 끝인 것이다. 시간은 자연에서만 흘러갈 따름이며, 인간에게는 슬픔만 남아 있기에. - P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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