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이제 저녁이 저문다! 그 시름에 잠긴 발길이 물러나고
밤이 이슬을 몰고 환영의 시각을 알린다
화려하게 불타는 별들이 수놓는 장엄한 광경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상상력의 현현
밤은 무상하게 변하는 형상들로 잠의 꿈을 물들이고
깨어 있는 영혼을 기분 좋은 공포로 고양시킨다
밤은 무시무시한 형상이 어둠을 뚫고 휩쓸어 지나게 하며
죽은 자의 소름 끼치는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장엄한 생각의 여왕-신비로운 밤이여!
그 발걸음은 어둠이고 그 목소리는 공포이니!
그대가 드리우는 어둠을 맹렬한 기쁨으로 나는 환영하고
그대가 부는 허허로운 바람, 그 황량한 한숨 소리를 맞이하네!
그대가 구름에 싸고 돌풍에 얹은
폭풍을 연안으로 감아 던질 때
포효하는 파도가 바술 듯 바위를 때리며
성난 비명을 지르는 게 내 마음을 사로잡아. - P135
밤이여, 나는 그대의 부드러운 공포를 갈구하네
그대의 조용한 번개, 그대의 유성流星 불
둥근 하늘 천장의 뜨거운 공기를 비추는
그대의 새빨간 핏빛 북방의 불
그러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그대의 투명한 마차가
솜털구름 사이로 떨리는 섬광을 내려 보내는 것,
그리하여 아득히 먼 안개에 쌓인 산을 보여주는 것
더 가까이로 숲과 계곡의 여울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아래 골짜기의 수많은 물질
생각에 잠긴 눈에 희미하게 떠올라
공상의 손길을 타고 환상적인 광경을 이루어
낭만적인 환영幻影으로 넘실대네.
그대의 심오한 어둠에 내가 들어가게 해다오
가파르고 무성한 숲 언덕에 서서 애처로운 선율로
위로 오르다가 머나먼 나무숲에서 희미하게
잠드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네.
우울은 주문呪文처럼 마음을 사로잡네!
부상하는 황홀경에 신성한 눈물이 인사하네!
바람을 타고 오는 수많은 눈먼 영혼들이 -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