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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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향해 다가가자 폐허처럼 보이는 고딕 양식의 수도원이 보였다. 건물은 거친 풀밭 위에 서 있었고 드높게 멀리 퍼진 나무 그늘에 덮여 있었다. 건물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은 사방에 낭만적이고 우울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건물의 대부분이 폐허로 허물어 있었고 세월이 휘두르는 칼날을 견뎌낸 부분은 으스스하게 쇠락해가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담쟁이덩굴이 빼곡하게 감싸고 있는 드높은 흉벽은 반쯤 무너져 내린 채로 작은 새들의 둥지가 되어 있었다. - P29

문은 걸쇠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걸쇠를 풀고 몇계단 내려가니 다른 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즉시 꿈이 떠올랐다. 이 방은 꿈속에서 죽어가던 기사가 누워 있던 방과 같지 않았다. 그러나 꿈속에 지나쳤던 어떤 방을 떠오르게 해 혼란스러웠다. 등불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건물의 오래된 부분임을 알 수 있었다. 바닥에서 높은 곳에 자리한 깨진 창이 유일하게 빛을 들이는 통로가 되고 있었다. 방의 반대편에 문이 하나 보였다. 그녀는 조금 망설인 끝에 그곳으로 다가갔다. "이 방들에 미스터리가 있어. 어쩌면 그것을 푸는 게 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어. 적어도 이 문이 어디로 이끄는지 확인해야겠어." - P184

그러나 그 방으로 돌아오기 전에 구름이 달을 뒤덮고 말았다. 그러자 바깥이 온통 어두워졌다. 가만히 서서 빛이 다시 들기 기다렸으나 어둠은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등불을 가지러 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발에 무언가 걸려 휘청거렸다. 발에 걸린 게 무언지 살펴보려 몸을 숙이는 사이 다시 달빛이 비췄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 자신이 추측한 바대로 수도원의 동쪽 타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 안이 어두침침해 발부리에 걸린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등불을 가져와 비추어보니 낡은 단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단도를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녹이 슬어 얼룩덜룩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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