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시달린 고약한 밤을 보냈다. 꿈에서 내가 비행기를 놓칠 위기에 처해 여러 가지 위험한 행동을 해야 했는데 예를 들면 날아서 샤를드골공항에 가기 위해 토템타워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는 일 따위였다. 때로는 양팔을 파닥이고 때로는 그저 활공하며 나는 그런대로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었는데,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그대로 추락하여 몸이 으스러질 판이었다. 자르댕데플랑트 자연사박물관 위를 비행할 때는 일촉즉발의 아찔한순간을 겪었다. 고도가 몇 미터로 떨어지는 바람에 맹수 우리 바로 위를 간신히 날아갔다. 이 너절하지만 스펙터클한 꿈의 의미는 해석할 것도 없이 명확했다. 나는 도피에 성공하지 못할까봐두려워하고 있었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