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총살되었다 ㅡ 처음에는 수천 명이.
그다음에는 수만 명이, 우리는 나눠 보고 곱해 보고, 그리고 한숨을 쉬고 저주해 본다. 그러나 하여튼 이것은 엄연한 숫자인 것이다. 그 숫자는 우리의 머리를 찌르지만, 다음에는 다시 잊히게 마련이다. 만약 총살된 사람들의 친척들이 혹시 언제고 출판사에다 처형된 사람들의 사진들을 넘긴다면, 몇 권의 앨범이 출판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을 대강 훑으며 그들의 눈을 건성으로 보기만 해도 우리는 자기의 남은 인생을 위해 많은 것을 얻을지 모른다. 그런 독서는, 글자도 거의 없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겹겹이 쌓여 남아 있을 것이다.
전에 수용소 생활을 했던, 내가 아는 한 가족의 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식이 거행된다. 즉, 살인마 스딸린의 사망일인 3월 5일에, 총살당한 사람들과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모은 수십 장의 사진들이 탁자 위에 진열된다. 그러고는하루 종일 집 안에서 교회나 박물관에서 하는 것 같은 엄숙한 의식이 진행된다. 장송곡이 울린다. 친구들이 찾아와 사진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음악을 듣고 조용한 목소리로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작별 인사도 없이 조용히 물러간다.
이런 의식이야말로 도처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의식이 행해진다면 우리는 죽음들을 통해 마음속에 그 어떤상흔을 되새길 수 있으련만,
이 모든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 P214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환영을 찾지 말라. 재물과 명성을 좇으려 하지 말라. 그런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애써 축적된 것이지만 단 하룻밤 만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초연한 태도로 삶을 살아 나가라. 불행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행복으로 가슴 태울 필요도 없다. 그것은 매일반이 아닌가?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행으로 알라. 등뼈가 부러져 있지 않고 두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두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고 두눈과 귀로 듣고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누구를 부러워할 것이있는가?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러운 생각을 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좀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두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 그리고 당신들을 좋아하고 당신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무엇보다도 높이 평가하라. 결코 그들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욕을 하지 말것이며 그들 누구와도 말다툼 같은 것으로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것이 체포 전의 당신의 마지막 행위가 될지도 모르며 당신은 그런 식으로 그들의 기억 속에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