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5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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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적분에 골몰하던 대학생에서 바로 장교가 된 것은아니다. 나는 그전에 6개월 동안 억눌린 사병 생활을 했다. 나는 그때 굶주린 배를 안고라면 항상 누구에게나 복종할 용의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지푸라기만도 못한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피부를 통해 실감했다. - P248

악한 짓을 하기에 앞서 인간은 먼저 그것을 선이라고 믿어야 하고 자기 행위의 합법성을 찾아야 한다.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맥베스」에서는 정당화가 약하다 양심이 그를 괴롭히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아고는 어린 양과 다를 것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악당들의 상상력과 정신력으로는 불과 열 사람 정도의 사람도 제대로 죽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이데올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 그것은 사악한 일에 그럴듯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인에게 필요한 장기간에 걸친 강인함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이론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자신의 악행을 은폐하게끔 도와주고, 비난과 저주를 듣는 대신 칭찬과 존경을 듣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종교 재판관은 그리스도교로, 침략자는 조국의 찬양으로, 식민주의자는 문화로, 나치스는 인종으로, 자코뱅파(초기와 후기의)는 다가올세대의 평등과 우의와 행복으로 무장을 했던 것이다. - P266

인간은 악과 선 사이에서 일생 동안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 동요한다. 그러나 악의 한계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선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가 바라는 곳에 아직도 머물러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악행의 밀도, 혹은 그 정도, 혹은 권력의 절대성에 의해서 일단 한계를 넘어서기만 하면 그는이미 인류에게서 떠난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쩌면 인류로의 복귀도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P268

20세기의 우리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할 잔혹 행위가 무엇이며, 들추어내서는 안 된다〉는 〈낡은 것>이 무엇인지를 수십 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규명해 둘 의무가 있는것이다!
우리는 일부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억압할 권리를 가진다는 그 <관념 자체>를 공개적으로 탄핵할 의무가 있다. 악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그것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슬그머니 허리춤에 숨겨 둔다면, 그 악은 앞으로도 수없이 고개를 들고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악인들을 징벌하지 않고 또 그들을 비난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그 비겁한 죄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되고, 또 이것은 새로운 세대들로부터 정의의 온갖 원칙을 앗아 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그들은 <무관심한> 세대로 성장하겠지만, 결코 <교육의 부족>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은 비겁한 행동이 한 번도 이 땅에서 처벌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은 언제나 행복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자기들의 교훈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나라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불쾌하고 또 얼마나 무서운 일이겠는가!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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