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민준과 한 공간을 사용하며, 침묵이 나와 타인을 함께 배려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고요에 익숙해지는 법 또한 배웠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자기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있는 말없는 말 다 꺼내놓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공허해지고 얼른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든다.
읽고 싶은 책을 곁에 쌓아두고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골똘한 표정을 짓기도하면서 밤낮없이 읽곤 했던 어린 시절처럼. 밥 먹으라는 엄마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며 배고픔도 잊고 눈이 빠져라 책을 읽던 즐거움.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이 즐거움을 다시 찾는다면, 어쩌면 영주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