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종말 - 탐욕이 부른 국가 이기주의와 불신의 시대
스티븐 D. 킹 지음, 곽동훈 옮김 / 비즈니스맵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과거에는 국제 기구와 협회에 가입하여 국제적 영향력을 높히는 것이 국가 성장에 한 축이 되었다. 다른한편으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모두가 이 게임에 동참했다. 미국과 유럽의 주도로 벌어진 여러 전쟁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참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국제연합과 기구들이 이제 붕괴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이 지금은 가장 먼저 탈 세계화를 외치고 여기저기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공약도 이와 맞물려 있다. 영국도 이미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였고, 협상에 힘겨루기에 힘을 쏟고 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화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빠른 유통망과 순식간에 정보가 전파되는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지구는 작아졌다. 지구는 점점 좁아지고 국경의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기술 때문에 세계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이 책은 전한다. 역사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세계화에서 과학기술이 다른 요소를 압도해 무력화시킨 적이 없다. 만약 과학기술이 유일한 결정요소였다면, 로마제국은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이자 영국 경제학자 스티븐 킹은 "과학기술뿐 아니라 정치를 형성하고 경제를 구성하며 각 지역과 세계의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사상 및 제도의 발전과 쇠퇴도 세계화를 결정짓는 요인”이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기존 사상이 약화하고 제도적 인프라가 붕괴되면 어떤 새로운 과학기술이 무더기로 나타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학 기술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변한다. 수백년 동안 특정한 세계화의 유형이 유지됐다고 해서 그것이 지속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변화는 순식간에 극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역사가 그러하다. 이곳에서는 한때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보였던 이슬람 정치구조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기독교로 교체됐다. 당시 스페인 남부에 살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중세의 세계화는 이슬람의 전파에 달려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당시 이슬람은 기독교 세력의 유럽과 비교할 때 지적, 기술적, 문화적으로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이 지배하던 이베리아반도는 권력 투쟁으로 인하여 큰 혼란이 벌어졌다. 결국 그 지역의 질서는 무너졌다. 국제적 권위를 상징하는 기구의 운명도 다를 바 없다. 회원국의 평화와 공동의 이익, 그리고 세계 번영을 위해 미국과 유럽 연합 등 선진국의 주도로 탄생한 국제 기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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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생겨난 공개 자본 시장과 자유 무역 원칙들을 기본으로 한 접근 방식은 이제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가장 앞장섰던 미국은 불구가 된 위대한 아메리카를 다시 되살리겠다며 자국 우선 주의부터 표방하고 나섰다. 서방 세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망스러운 경제 성장률로 인해, 서방 국가들은 이제 더는 세계 발전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유럽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힘을 부풀리고, 정권까지 얻어가는 형국이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 역시 이제 자국민을 향해 세계 번영의 목표들을 추구하자고 외칠 수 없게 됐으며, 또 굳이 외치려 하지도 않는다.




<세계화의 종말>은 저자의 빼어난 지식이잘 버부려진 책이다. 경제학, 역사, 지리, 정치철학 등을 정교하게 버무려 의견을 펼친다. 국경을 넘어서면서 경제적 진보가 이뤄진다는 명제는 결코 불가피한 진리가 아니며 세계화가 반대로 진행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과학 기술은 세계화를 증진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으며 경제 성장으로 국가 내 불평등도 증폭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후발 초강대국들이 세계를 자신의 역사를 반영한 재편의 움직임을 펼칠 수도 있고 21세기의 거대한 이민 물결이 국내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이는 평평한 세계를 만들지도 모른다. 



저자는 “머지않아 세계화 즉 자유무역 등이 몰락하고 ‘자급자족 경제’가 부활할 것이며,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각국 경제는 동반 침몰하지 않는 최선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당장은 잘 떠오르진 않지만. 이 책이 방책의 필요성은 확실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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