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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시사 주간지 <한겨레 21>의 '죄와 벌'이라는 연재 시리즈를 읽었다. 이 시리즈에서는 유죄 판결이 났으나, 결국 무죄로 판명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과학수사와 같은 첨단 수사 기법들이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쓰여졌으나, 결국 진실과는 멀리 떨어진 것을 보여줬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고통에 보내야 만 했다.
시리즈를 보며 놀라웠던 점 하나는 거짓자백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백에 의존한 유죄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형사와 검찰은 용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윽박지른다. 어린 청소년과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자백을 하고 만다. 수원에서 일어난 노숙소녀 살인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용의자로 몰린 청소년들은 살인죄로 기소 됐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후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담당 형사와 검찰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스티븐 러벳 미국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의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은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논쟁적인 사례와 테마를 책으로 묶어 냈다. 저자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과 소 논문 등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어 있다. 책은 정의의 실현에 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법조계와 법정에 얼마나 많은 위선과 기만이 넘쳐나는지 맹렬히 폭로한다.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은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여준다. 사회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법정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의 갈피갈피에 ‘법과 정의의 딜레마’가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다만, 사례가 영미권 위주라 우리나라와는 법체계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동일시 보기에는 곤란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부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점은 동일하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