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한증 때문에 여름이면 흘러내린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모는 늙어버렸다 골다공증에 걸린 엄마를 등에 업고서 병원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다가 그는 단번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엄마는 새가 되기로 작정했는가" 강보에 싸인 여자가 끄덕거리고 사방에서 땀이 풍풍 폭발한다 냇물처럼 번들번들 몸이 빛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삶의 지금 이 순간을 영롱하게 채워주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달은 매일 당연히 뜨는 돌덩이일지 모른다. 그는 높다란 건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굳이 찾아볼 필요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여길지 모른다.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 달은 지구의 대기를 한걸음에 뚫고 나가 무한히 펼쳐진 우주를 상상케 하는 매개물이 될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맑은 어느 초겨울 늦은 밤.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다 노르스름하게 들뜬 보름달이 목화솜 뽑아 갓 짜낸 이불 같은 구름을 슬며시 덮고 바람처럼 유유히 흘러갈 때. 그 상이 검푸른 바다의 피부 위에서 흩어질 듯 말 듯 춤출 때. 그 모든 풍경을 관조하던 산책자는 자신이 끝 모를 장대한 우주 어느 공간에 둥둥 떠 있는 지구라는 돌덩이에 발을 딛고 있는 하나의 작은 존재일 뿐임을 체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독 만들기>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시간을 텅 비우는사치를 누리며고독과 동행하겠습니다입은 다물겠습니다눈은 감겠습니다아, 그런데귀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입력되는 번잡한 것들을막을 수는 없나 봅니다차라리 가만히 앉아멍때리기 하겠습니다 -알라딘 eBook <당신의 고독 속으로> (김응길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