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읽을 때요, 첫 페이지 쫙 펴서 끝 페이지까지 쭉 다 읽는 성실한 스타일의 독자가 아니에요. 대신 항상 책을 갖고 다니잖아요. 그러면서, 그러다가 꽂히는 구절, 다른 건 몰라도, 다른 게 별로여도, 제가 본 한 구절이 기가 막히게 좋으면 그 책이 무지 의미가 있다고 여겨요. 한 문장만 마음에 와닿아도 그건 제겐 좋은 책이에요. 그래서 짬날 때마다 발췌를 해요. 좋은 문장들은 반드시 필사를 하고요, 포스트잇도 붙여놓고 그래요. 제가 요즘 포스트잇을 가장 많이 붙인 책은 최은영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인데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였어요. 이 표현이 그냥 예쁜 거예요. 예쁜 표현들이 저는 그냥 좋은 거예요. 그래서 필사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