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삶의 지금 이 순간을 영롱하게 채워주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달은 매일 당연히 뜨는 돌덩이일지 모른다. 그는 높다란 건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굳이 찾아볼 필요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여길지 모른다.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 달은 지구의 대기를 한걸음에 뚫고 나가 무한히 펼쳐진 우주를 상상케 하는 매개물이 될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맑은 어느 초겨울 늦은 밤.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다 노르스름하게 들뜬 보름달이 목화솜 뽑아 갓 짜낸 이불 같은 구름을 슬며시 덮고 바람처럼 유유히 흘러갈 때. 그 상이 검푸른 바다의 피부 위에서 흩어질 듯 말 듯 춤출 때. 그 모든 풍경을 관조하던 산책자는 자신이 끝 모를 장대한 우주 어느 공간에 둥둥 떠 있는 지구라는 돌덩이에 발을 딛고 있는 하나의 작은 존재일 뿐임을 체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독 만들기>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시간을 텅 비우는사치를 누리며고독과 동행하겠습니다입은 다물겠습니다눈은 감겠습니다아, 그런데귀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입력되는 번잡한 것들을막을 수는 없나 봅니다차라리 가만히 앉아멍때리기 하겠습니다 -알라딘 eBook <당신의 고독 속으로> (김응길 지음) 중에서
4년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았다어렵풋이 생각이나는 내용들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한 내용들그래서 아주 천천히 다시 읽어보는것 이것이 나의 독서법이다책을 통해서 이런 직업이 있구나 알게되었고 그 일의 고통과 보람누군가가 해야하는 정리와청소 직업이긴 하지만 고개숙여 감사 하고 싶어진다
수도꼭지의 아이러니는 누군가가 씻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졌지만 결코 스스로 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죽은 자의 집이라면 그가 누구든 그곳이 어디든 가서 군말 없이 치우는 것이 제 일입니다만 정작 제가 죽었을 때 스스로 그 자리를 치울 도리가 없다는 점이 수도꼭지를 닮았습니다. 언젠가 죽은 이가 숨을 거두고 한참 뒤에 발견된 화장실에서 수도꼭지에 낀 얼룩을 닦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