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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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은 서로 잘려진 단면이 얼마나 아플까? 해 뜰 때나 달이 뜰 무렵이면 무한히 긴 절단면이 아파하는 경련을 나는 느낀다. 삶을 위해 나누어진, 누구의 아픔도 아닌 이 세상의 본질적인 아픔이 내 마음에도 사무쳐 해와 달 사이에서 눈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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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평가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평가이다. 내 삶은 충만하고 후회가 없었는가, 유일하게 의미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혹은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리고 드디어 경기장에서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내 발로 그곳을 걸어나오는 것이, 진짜로 이기는 길이다.
그 출구는 남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대단한 성취에 있지 않고 내면의 꾸준함에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쳐주던 시절보다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시절이 아이러니하게도 더 평온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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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지났다.

아침 지하철은 늦지 않고 역에 도착했고 회사 일은 별다른 이슈 없이 여느 때처럼 순탄하게 지나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무난한 날씨에 야근 없이 집에 도착한 날. 그런 날이면 문득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아… 행복하구만."

조용한 게 좋다. 심심한 건 편안하다. 나른한 건 안정적이다. 짜릿함은 여전히 즐겁지만, 뭐랄까. 조금 피곤하다. 예상치 못한 일은 이제 기쁜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숙제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나쁘지 않다. 즐거워할 일은 없지만 실망할 일도 없는 이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나도 이제 어른이 다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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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때때로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하다. 몇 마디 따끔한 말로 구성된 무정한 위로보다 너의 상처를 이해하고 있다는 깊은 끄덕임과, 진심으로 네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눈 마주침이 우리에겐 훨씬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나는 이제 내 사람들을 그렇게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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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어린 수녀님이 속세의 친구에게 하는 소리가 문득 내 관심을 끌었다. 수녀원에 들어오기 전 얘기였다. 남동생이 어찌나 고약하게 구는지 집안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왜 하필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 비관도 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엔 속 썩이는 젊은이가 얼마든지 있다, 내 동생이라고 해서 그래서는 안 되란 법이 어디 있나?’ ‘내가 뭐관데……’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동생과의 관계도 호전이 되더라고 했다.
‘왜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와 ‘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 되나?’는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思考)의 대전환이 아닌가. 나는 신선한 놀라움으로 그 예비 수녀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내 막내딸보다도 앳돼 보이는 수녀님이었다. 저 나이에 어쩌면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할 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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