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 땅에 사는 누구나처럼 지극히 한국인스럽게 살았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혀 가는 대로 허겁지겁 먹었다. 정신이 없는 상태란 사실 굉장히 위험한 것인데 우린 그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그게 우리 사회의 집단적인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
건강한 삶에 필요한 시간과 여유? 다 사치스런 얘기였다. 내 먹을거리에 최소한의 신경을 쓰는 게 사치처럼 여겨지는 삶, 내 건강을 지켜줄 단 한 시간조차 확보할 수 없는 삶… 이 자체도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건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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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생의 시작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는걸. 클라라, 나는 재회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 우리 입양인들은 ‘재회’라고 말하지 않아. 한국에 가서 옛 가족을 만나면 흔히 그들은 우리를 다시 만났다고 표현하지만, 우린 다시 만나는 게 아니라 새롭게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 내 경우에는 오래된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보다 클라라나 수아처럼 정말로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더욱 소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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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요가 수업을 받다가 늘 해오던 아사나 동작이 점점 더 어려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의 균형을 잡는 일이 하나의 도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다리와 등은 예전보다 덜 유연했고, 태양을 향해 몇 차례 절을 하고 나면 금세 숨이 가빠졌다. 그 이후로 내내 시련은 계속되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갈 때면 거의 매달리다시피 난간을 꽉 붙잡아야 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욕을 받았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 몰라 나는 주춤거렸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안과 의사는 나에게 백내장 수술 진단을 내렸다.

‘백내장이라니! 완전히 노인 질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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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언가를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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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 수만 있다면 내 자식에게 더 많은 부와 더 많은 자산, 더 많은 욕심을 물려주기에 앞서 ‘적당한 무지’를 물려주고 싶다. 인생을 딱 절반만 알아서, 인간을 너무 많이 미워하지도 세상에 대한 환멸을 너무 많이 느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몰라도 되는 것은 모를 수 있는 적당한 안온함을 물려주고 싶다.

똑똑한 우울증보단 차라리 행복한 바보로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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